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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apefromdaepa.bsky.social
반말 인용 전혀 기분 나쁘지 않아요. 마음 편히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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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왜 블루스카이에 짧고 별것 없는 글을 쓸 때조차 문장을 한 번에 제대로 쓸 수 없는 걸까요. 게시글 지울 때마다 좋아요 눌러 주신 분들께는 늘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하지만 좋아요 숫자를 확보하는 것보다는 꼴사나운 문장이 들어간 게시물을 발견할 때마다 지우고 다시 쓰는 것이 제가 이곳에서 정신 건강을 유지하며 지속적으로 수제 게시글을 생산하는 데에 훨씬 중요한 역할을 하오니 모쪼록 양해 부탁드려요.

(이 글도 두어 시간 뒤에 다시 보면 분명 어딘가 마음에 안 들 것 같은데...)
이어서 올해의 마지막 책으로는 역시 블루스카이에서 이어지는 실낱같은 인연의 끈을 되새기며 『스피릿 서클』을 보았지요. 늘리려면 얼마든지 더 늘릴 수도 있었을 텐데 군더더기 없이 밀도 높은 여섯 권으로 완결인 데다 현재 리디에서 50% 할인하는 덕분에 단돈 1만 2천 원이면 수 개의 시공을 넘나드는 작고도 거대한 윤회 로망을 만끽하실 수... 가만, 저 어제부터 자꾸 여러 세계가 겹쳐 상호작용하는 작품들만 감상하고 있지 않아요??? 이 운명과도 같은 우연의 사슬은 또 어디로 이어지는 것일까요!
December 31, 2025 at 12:02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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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나사린 (Nazarín, 1959)

대망의 마지막 소망작이 〈나사린〉인 이유는 물론 루이스 부뉴엘 감독의 멕시코 시절 작품들에 대한 갈증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블루스카이에서 이루어지는 실낱같은 교류가 무의미하지 않음을 되새기며 한 해를 마무리하기 위함입니다. 다들 2025년의 마지막 날 평안히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혹시 <비리디아나> 보셨나요? 신의 뜻대로 사는 삶을 실천하지만 점차 몰락해가는 신부의 삶을 다룬 <나자린>이 뜻하지 않게 환속하게 된 견습 수녀의 몰락을 다룬 <비리디아나>의 순한맛 버전이라고 생각하면서 봤는데 엔딩까지 보고 나니까 전혀 다른 영화더라고요 ㅋㅋ 나자린 엔딩 진짜 압도적이에요. 신의 존재를 회의하는 듯, 긍정하는 듯, 그러면서도 신의 의지인 듯 인간의 의지인 듯 선을 향해 나아가는 어떤 강력한 기운이 마지막 시퀀스에 담겨 있거든요. <비리디아나>가 압도적 부정이라면 <나자린>은 신에게 신을 회의하는 느낌 ㅋㅋ
December 31, 2025 at 12:25 AM
다행히 저녁 장사도 해서 제대로 작별할 수 있었지요.

옆 테이블 손님이 식사에 만족감을 표하며 "망하라는 데는 안 망하고...!"라는 발언을 하셔서 흠칫. 일단 꼭 "망해서" 폐업하는 건 아닐 수도 있는 거고... "망하라는 데"는 특정 업소를 염두에 두고 하신 말씀인지 궁금하더라고요.
December 31, 2025 at 9:32 AM
크리스마스가 지났지만 아직 거리 곳곳에서 크리스마스 장식을 볼 수 있고 그래도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는 이 엿새 동안의 유예 기간이 좋아요. 1월 1일부터는 아무래도 '슬슬 치우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 말죠.
December 31, 2025 at 7:15 AM
올해 마지막 영화는 광주극장에서 〈여행과 나날〉. 제목과 포스터만 보고 〈윤희에게〉처럼 여행하고 싶어지는 깨끗하고 고즈넉한 풍경을 구경하면서 약간의 쓸쓸함과 다정함에 젖어드는 그런 영화일까 추측했는데 저어언혀 아니었고 '뭐야, 이 컷은!?' '이런 걸 찍겠다고 구상했다고!??' '난 이제 여기서 추격전이 나와도 놀라지 않을 거야' 같은 생각이 연신 드는 대담한 영화였네요. 슬럼프에 빠진 작가가 나오고 여러 겹의 이야기가 서로 공명한다는 점에서 공교롭게도 어제 읽은 『셜록 홈스의 개선』이 떠오르기도 했고요. 하여간 좋은 마무리였어요.
December 31, 2025 at 6:36 AM
이 동네 올 때마다 들렀던 좋아하는 식당 영업 시간 확인하려다 오늘을 마지막으로 폐업한다는 공지를 발견. 오늘은 재료 소진하면 평소보다 일찍 닫을 수도 있다는데 아침 늦게 먹은 탓에 아직 배 불러서 어쩌지 어쩌지 하고 있다.
December 31, 2025 at 1:48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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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sted by 대파탈출
길거리에서 파는 조지아 전통 크리스마스 트리 ‘치칠라키‘ 언뜻 보면 귀신바가지 같은데 가까이에서 보면 되게 귀엽다😂 마른 나뭇가지를 얇게 켜서 만드는 방식이라 (곱슬거리는 게 다 얇게 깎아낸 나무임) 소나무를 베는 것보다 친환경적이다. 소련 시절에는 조지아 전통문화라서 금지되기도 했었다고..
December 30, 2025 at 7:48 PM
『셜록 홈스의 개선』. 셜록 홈스 이야기의 무대를 교토로 옮기고 원전의 각종 요소를 뻔뻔하게 뒤섞은 패스티시 개그물처럼 나가다 결국 본령은 안티 미스터리 판타지인가... 싶더니 불현듯 앰버!!! 를 외치며 기어를 바꿔 넣고 도약, 다시 그 뒤는 메... 아니, 이미 스포일러가 과한가요. 아무튼 후반부는 자칫하면 '뭐야, 결국 그 정도인가' 하고 시시해질 수도 있는 전개였는데 끝까지 여러 겹의 이야기가 명확한 위계 없이 서로를 바라보고 반영하도록 한 덕분에 풍요로움을 잃지 않고 책 바깥으로까지 뻗어 나와 닿더라고요.
December 30, 2025 at 11:20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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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2007 all over again. As if it were a sequel to 2007....
December 30, 2025 at 3:40 AM
Reposted by 대파탈출
창작은 둘째 치고(응?) 문학 번역에서 AI 사용이 완전 양지화되면 좀 싫다. 비슷한 톤의 '의미 전달만을 위한 번역’이 번역자 각각의 개성이 살아 있는 번역을 대체할 거 아냐… 얼마 전 읽은 다른 기사에서 출판사 편집자가 AI 번역에 대해 한 얘기가 떠오른다. “(…)윤문을 거친다는 전제하에, 시간과 비용을 감안하면 AI도 괜찮은 선택이 되고 있”다는. 하긴, 이런 비용 대비 효율성을 거부할 출판사가 얼마나 되겠느냐고. 또 번역자는 이런 유혹에 안 빠지겠느냐고.
December 30, 2025 at 3:10 AM
Reposted by 대파탈출
The phrase "Keeper of the Flame" in relation to fascism specifically highlights how authoritarian movements co-opt powerful symbols and manipulate societal divisions under the guise of patriotism to achieve power, as depicted in the classic film.
December 29, 2025 at 2:59 AM
친구에게 메일을 쓰면서 올해 좋았던 영화 중 친구도 좋아할 것 같은 영화를 골라 정리하다가 '이런 조심스러운 우정, 과연 괜찮나?' 하며 문득 떠올린 박찬욱 인터뷰 한 대목.

"재밌는 게 뭐냐면 분명 서로 너무 달라서 '야, 너는 그게 그렇게 좋아?' 하고 핀잔을 줬다가도 헤어지고 집에 와서는, 그런 게 이웃의 정치학인지는 모르겠는데, 그가 말한 영화들을 인터넷으로 주문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런 공존 방식, 참 아름답고 부러워.
December 29, 2025 at 2:41 PM
내일 아침 집을 나서면 2026년에 돌아온다. 그래서 지금부터 자기 전까지 약 네 시간, 집에서 보내는 2025년의 마지막 시간을 어떻게 즐겨야 하나 (정확히는 영화를 한 편 볼 것인가 말 것인가) 진지하게 고민 중. 일단 요리에 삼십 분 정도를 써야 하는데... 그래, 해치워야 하는 일부터 얼른 해치우자.
December 29, 2025 at 10:31 AM
Reposted by 대파탈출
우리가 만든 수제 포스트, 우리 손으로 리포스트하여 내수경제 활성화 하자.
December 29, 2025 at 1:40 AM
2025년 마지막 일요일은 올해 특히 웃겼던 영화 두 편을 다시 보며 보냈다.
December 28, 2025 at 2:03 PM
#연말영화 #13

캐럴의 수난 (The Passions of Carol, 1975)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을 각색한 성실하고 창의적이고 유머 가득한 극장용 포르노입니다. 섹스 장면에 유명 크리스마스 음악들을 입힌 것만으로도 일단 먹고 들어가죠. 선곡도 참 잘했고요. 그러다 스크루지가 미래의 자신이 비참한 섹스를 하는 모습을 보는 장면에서는 음악을 빼고 사실적인 음향 효과가 두드러지게 하는 등, 아, 이건 확실히 연출을 할 줄 아는 사람의 작품이로구나 싶은 대목이 한두 군데가 아니에요.
December 27, 2025 at 1:45 PM
넷플릭스에서 배급하는 샤를리즈 테론 vs 태런 에저턴 인간 사냥 스릴러 제목이 〈Apex〉네. 근래 영어권에서 액션 스릴러 만드는 사람들 apex (predator)라는 단어 지나치게 좋아하는 것 같아.

생각해 보니 영화에만 국한된 경향이 아닐지도. 가령 곤충 전문 유튜버 영상 같은 걸 봐도 해설자가 "최상위 포식자"라는 단어를 입 밖에 낸다는 것 자체에 흥분하는 느낌이 들더라고.

너무 확대해석인가 싶은데 적어도 구글 엔그램 뷰어에 따르면...
December 26, 2025 at 3:55 AM
손종원 《하퍼스 바자 코리아》 인터뷰 영상 댓글 중.

"최애가 만들어주는 밥"
December 26, 2025 at 3:27 AM
매년 연말을 장식하는 크라이테리언의 룸 톤(room tone, 공간음) 몽타주가 올해도 돌아왔다.

(인터뷰가 끝나고 공간음을 녹음하기 위해서 삼십 초 동안 모두가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가만히 있는 시간.)
The Gift of Room Tone
YouTube video by CRITERION
youtu.be
December 25, 2025 at 11:21 PM
티빙의 "크리스마스에 보고 싶은 영화" 탭에 〈메리 섹스마스〉라는 게 있어서 눈길이 갔죠.

일단 〈Merry Sexmas〉라는 영화는 없었어요. 감독 이름을 이용해서 원제를 찾고 보니 제목을 바꾼 게 이해는 되더군요. 〈크리스마스 파티〉는 너무 심심하잖아요.

그런데 제목은 그렇게 도발적으로 바꿔 놓고 썸네일 이미지는 또 비겁하게 수위를 낮춘 거였어요.
December 25, 2025 at 1:57 PM
〈선셋 대로〉는 미국 오리지널 포스터도 좋지만 폴란드 작가 발데마르 시비에르지가 디자인한 포스터가 정말... 감독인 빌리 와일더가 직접 찬사를 보냈던 인터뷰를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어렴풋이 나는데 출처를 확인할 수 없어서 장담은 못 하겠군요. 와일더가 감탄했든 안 했든 훌륭한 포스터라는 사실이 달라지지는 않지만요.
December 25, 2025 at 1:13 PM
넷플릭스에 〈12번째 보조사제〉가 있었군요? 장재현 감독의 25분짜리 단편 영화로, 이것을 장편으로 확장한 작품이 〈검은 사제들〉이지요.
December 25, 2025 at 12:49 PM
Reposted by 대파탈출
외래어는 생각보다 많은 걸 붙여 씁니다.
아메리칸드림, 매시트포테이토, 크리스마스트리 등
에베레스트산, 갠지스강, 캘리포니아주, 뉴욕시, 메인가 등 (한국에서 붙여 쓰는 산, 강, 주, 시, 가 등은 외래어가 와도 붙여 쓰도록 개정되었습니다)

외래어 표기법 용례 찾기: korean.go.kr/kornorms/exa...

2017년 외래어 표기법 개정: korean.go.kr/front/board/...

올바른 국어 생활은 정말 쉽지 않습니다...
December 24, 2025 at 1:09 PM
메리 크리스마스! 저는 아침부터 당근 감귤 파스타라는 것을 해볼 생각입니다.
December 24, 2025 at 11:03 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