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 다시 생각해 보니까 그냥 저녁에 너무 맛없는 걸 먹어서 기운이 빠진 것도 같다
내가 무슨 영화를 보자고 이런 걸 견뎌야 하나 싶은 맛이었다

천행건 소림 : 천 년의 전승을 간직한 신비의 종단, 무림 제일검객도 단번에 제압하는 은거고수, 나라와 백성을 위해 진정한 협을 행하는 충의지사

내가 지금까지 본 드라마의 소림 : 두더지게임기에 두더지 대신 처넣어야 할 비열한 위선자 대머리 땡중놈들

하 다시 봐도 너무 웃기다… 변발 서부극 ⬅️ 미쳤냐고 진짜 ㅋㅋㅋㅋㅋ
저 웃기는 인트로에 이어지는 오프닝도 만만치 않음 뭔 자다가 남의 다리 긁는 것 같은 아련몽롱 나레이션 하며 구도 편집 난데없이 총 맞는 목청까지 걍 대놓고 왕가위임 ㅋㅋㅋㅋㅋ 자막 글꼴 장평까지 꼼꼼하게 바꾼 것 좀 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진짜 재밌는데… 솔직히 왜 인기 없었는지도 대충 알겠어 하지만 난 이런 게 재밌다고…
천행건 한국에도 들어온다고 했으니 저랑 취향 비슷한 분은 꼭 보시길 바랍니다 취향 다르면 뭐 묶어놓고 보라고 해도 안 보겠지 근데 제가 지금까지 여기서 떠든 덕질 이야기에 한 번이라도 흥미를 느낀 분이라면 천행건 보세요 봉건적폐와 근대폭력의 정면 충돌 속에 물보라처럼 산화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임
내 말에 흥미를 느낀 적이 없어? 그럼 이 계정 왜 팔로하는 거지 갈길가쇼

그리고 후죠로서는 솔직히 15화에서 퍼먹여준 친세대와 그들로부터 이어지는 유사유사근친(사형제는 원래 유사근친인데 유사사형제라 유사유사임)에 동하지 않을 재간이 없는데 일단 나는 그렇게 생각했는데
솔직히 로프터에서 검색해 보면서 설마 친세대로 하나는 나오겠지 생각했음 근데 진짜 딱 하나 나왔음 일단 천행건 자체가 평은 좋았지만 흥행(조회수)은 망했기 때문임 친세대는 고사하고 천행건 작품 태그도 오백 개 정도밖에 안 됨 혹시 이것이 와닿지 않는 숫자라면 현재 이렇다할 2차 영상매체도 없는 곽광 태그가 천 개쯤 된다는 사실을 덧붙이겠음

물론 다른 인물들도 시대의 격변에 나름의 방법으로 대응할 텐데… 왕가락이 어떤 결말을 맞을지 궁금하다 끝까지 ‘우충’을 상징하는 구식 사대부로 남아 청과 함께 순장될지 아니면 근대가 쏟아붓는 폭력에 반응하여 일종의 각성을 이룩할지

왕가락 지금까지 죽을 고비를 세 번 정도 넘겼음 이 정도면 죽겠군 싶을 때마다 좀비처럼 살아남
원세개랑 이야기하는 장면쯤 되니까 걍 좀 웃겼는데 이 캐릭터는 일종의 상징임 문무겸비에 선량하고 용기 있고 의롭고 끈기 있고 현명하지만 시대를 보지 못하고 봐야 한다는 것조차 모름 심지어 반평생 전념했던 글공부가 과거 폐지라는 전대미문의 현실 앞에 모조리 헛것이 되었는데도 자신의 방식대로 신념을 고수함 그 결과 분명 순수한 정의감과 책임감으로 움직이고 있는데도 처음에는 일본, 지금은 북양 군벌에 이용당해 그들 좋은 일만 해주고 있음

대사저 너무 미인이십니다
의천 19에서 말아주신 사형제애증백합의 맛 잊지 않고 있습니다

근데 이것도 모든 일본인 캐릭터에게 다 적용되는 건 아니라서... 일단 작중에서 중국인으로 위장 중인 캐릭터는 평범한 표준 중국어를 구사하고 ㅋㅋㅋ 과장된 히메컷에 딱 봐도 나는 쿠노이치의 계보를 잇고 있소 하고 있는 캐릭터는 어설픈 중국어를 씀... 그리고 정작 청이신풍 씨는 멀쩡한 표준말을 함 역시 간첩조직 대빵쯤 되려면 적국의 언어에도 능통해야 하나 보다

물론 그냥 내가 지적 갱신을 안 하고 산 거임 근데 예전에는 솔직히 갱신을 의식적으로 해야 할 필요도 별로 못 느꼈거든 그냥 자연스럽게 계속 갱신하면서 살았단 말이야 근데 언젠가부터 갱신을 안 하는 인간이 됐음 아주 옛날에 배운 고색창연한 것들만 간신히 머리에 좀 남아 있고... 내가 엄청 무식하고 멍청한 사람처럼 느껴져...
물론 그게 싫으면 공부를 해야 됨
안 그러면 바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