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나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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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나선
@lakinan.bsky.social
리뷰 칼럼 에세이 해설 비평 대담 인터뷰 각종 글과 말 팝니다 / 그리고 결국 할 수 있는 일을 모두 한 후에는, 더 완벽한 것은 없으니, 그저 사람들을 믿는 수밖에 없다.
으어 내가해냄
November 13, 2025 at 9:51 AM
와아아아 감사합니다 확실히 휴식기 같아요 건강은 약간 자신 없지만 재미있게 지내겠습니다!
November 13, 2025 at 9:01 AM
사스콰치 쏘면 안 되는 이유: 유니콘이 세계 멸망을 걸고 체스 승부를 걸 때 바로 패배하지 않으려면 사스콰치한테 체스 배워야 함 (*젤라즈니 <유니콘 배리에이션>)

물론 유니콘도 사스콰치도 존재하지 않음 근데 그들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 살다가 갑자기 쫓겨나지 않으려면 그들이 나타났을 때 체스를 둬야 함 그래서 빅풋/사스콰치가 존재하지 않더라도 총을 쏘지 말아야 함
November 11, 2025 at 9:10 AM
사실 또 턱관절이 아파서 입이 안 벌어지는 상태가 됐습니다 휴일인데 대체 왜…? 며칠은 하품도 참아야 함
October 8, 2025 at 2:25 PM
피에르 바야르의 [누가 로저 애크로이드를 죽였는가?]도 마찬가지로, 미스터리 안 좋아하면 굳이 이런 책을 쓰지 않는다. 차페크의 소설이 미스터리 장르를 분해하고 작위성을 폭로하며 ‘사건’이라는 것이 성립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하더라도, 이 소설들은 애초에 미스터리 잡지에 실렸으며 미스터리 독자들에게 읽혔다. 미스터리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작업은 이 장르를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미스터리(특히 고전적인 탐정소설)의 허위가 정말로 즐거울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우리는 의심하면서 소설을 읽지만 실은 깜빡 속아넘어가길 고대하고 있다고.
October 5, 2025 at 8:49 PM
탐정을 내세우는 고전적인 미스터리 소설들은 독자와의 정정당당한 정면승부를 이야기했다. 그러나 이 무대는 작가에 의해 작위적으로 꾸며진 것이다. 독자는 오로지 작가가 서술하는 것만 볼 수 있다. 사실 독자는 마술쇼 관객처럼, 한껏 의심하면서도 실은 기꺼이 속으러 가는 사람이다. <잃어버린 편지>는 뒤팽의 존재 가능성을 부정한다. (근데 탐정이 가짜이며 그들의 추리는 말이 안 된다는 얘기를 제일 좋아하는 것도 미스터리 작가/독자인 듯. 등장인물이 홈즈 욕을 한다? 미스터리 소설임.)
October 5, 2025 at 8:36 PM
고전적인 미스터리 소설의 구조는 아예 성립하지 않는다. 차페크의 소설에서 탐정의 번뜩이는 통찰 따위는 전부 착각에 불과하다. 그는 미스터리의 치장을 벗겨내는 데 열을 올린다. 필적 감정사의 과학적인 추리는 엉뚱하게 작용하고, 박사가 사건을 해결한 것은 매우 우연적인 일이다. 오히려 점쟁이 노릇으로 아가씨들에게서 복채를 뜯던 중년 여성의 어설픈 카드점이 미래를 정확하게 예언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러나 필히 우연에 의해서.
October 5, 2025 at 8:26 PM
장관의 아내다. 아내는 남편이 밤중에 서재에서 일하던 모습을 봤을 뿐이다. 장관은 아내의 말을 부정하지만 편지는 정말로 그가 집었던 책 사이에 얌전히 꽂혀 있었다. 하지만 편지 수색을 위해 여러 인력이 동원되었던 이상 자기가 그냥 깜빡했을 뿐이라고 고백할 수는 없다. 자신의 위신을 지키기 위해 장관은 자기가 편지를 되찾는 데 성공했다고, ‘당신들은 모르겠지만 특별한 방법이 있다‘는 식으로 말한다. 그의 말은 뒤팽의 추리와는 달리 변명과 허세에 불과하다. 소설 속 ‘편지 도난 사건’은 사실 존재하지도 않는다. 사건, 트릭, 추리 등의
October 5, 2025 at 8:18 PM
사람을 총동원해도 찾을 수 없다는 점은 <도둑맞은 편지>와 비슷하다. 장관이 편지를 숨긴 범인이라는 점도 동일하다. 편지는 그의 서재에 평범하게 꽂혀 있었다. 그런데 <잃어버린 편지>의 사건은 시시하고 우스꽝스러운 사고로 밝혀진다. 이 소설에서 편지를 잃어서 난처해진 피해자는 장관 자신이다. 그는 자료를 찾다가 무의식중에 그 책에 편지를 끼워뒀다. 그리고 자신의 행동을 까먹고 편지를 도난당했다고 여겨 사태를 심각하게 만든다. 기발한 범죄자는 없다. 특별한 관찰자나 명쾌한 논리도 없다. 편지가 있는 곳을 알려주는 사람은
October 5, 2025 at 8:18 PM
기나긴 의견을 설파한다. 이 대화는 소설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며, 사건의 진상이 시시하게 드러나지 않도록 한껏 치장하는 역할을 맡는다. 그리고 뒤팽이라는 탐정이 평범하게 어리석은 무리와는 달리 날카롭고 특별한 관찰자라는 인상을 준다. 경찰 같은 공무원은 감히 그에 견줄 수 없다. 장관은 수학자이자 시인으로 경찰의 사고방식을 뛰어넘어 영리하게 편지를 숨겼지만 뒤팽의 눈을 벗어나지는 못한다.
반면 <잃어버린 편지>에는 뒤팽 같은 특출난 사람은 없다. 사실 차페크의 소설에는 착각, 실수, 오해가 가득하다. 편지가 갑자기 사라졌고
October 5, 2025 at 7:58 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