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0일인데……, 그날 바쁘시면……, 어쩔 수 없고요."

그래서 그 이성적인 판단 하에 한 말이었어.

"앞으로를 위해 가까워지기에 부적절한 상대도 있다는 걸 알아두세요, 전하. "전하는 이 나라의 국왕이 되실 분이잖아요."

왕세녀고 뭐고 5살이나 어린 애가 '무례하게 굴고 싶다 같은' 소리 하고 있는데 그게 짜증이 안 나? 보수적인 정계에서 일하는 유 총리 입장에서 그게 이해 가능한 범주는 아니거든.

유 총리가
이 어린 게 지금 뭐라는 거야?
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공주가 그랬어.

"예의 차리는 사이보단 서로에게 좀 무례한 사이였으면 좋겠어요."

유 총리는 거기서 머리 끝까지 올랐던 열이 갑자기 확 식었고.

"가까워지면 원래 그런 거잖아요. 그렇죠?"

긴장한 얼굴로 그렇게 말하면…….

유지믽, 33세.
시민당(중도 좌파 여당), 내각 최연소 총리 대신.
3년 전, 왕세녀 지위 및 의전 삭제 법안을 발의한 장본인.
"국가는 국민을 위해 존재하며, 왕실은 국가를 위해 존재하고, 따라서 왕실은 국민의 뜻에 따라 그 존재 여하를 끊임없이 시험받아야 한다."라는 발언으로 유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