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환
빛에도 운동량이 있구나. 정말 신비한 물리의 세계. (출처 : 프로젝트 헤일메리)
November 25, 2025 at 10:55 AM
고등어 조림은 잔 가시를 발라 먹는 것이 불편해서 잘 안 하게 되는 요리인데 미리 가시를 제거해서 냉동 시켜 둔 순살 고등어라는 제품군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차피 생물이 아닌 냉동이라면 바이킹의 기상이 살아있는 두툼한 노르웨이 고등어로 시도해볼까 싶다.
November 25, 2025 at 10:00 AM
오늘 저녁은 간단하게 신김치 남은 걸로 김치찌개나 끓여먹고 치워야겠다 하고 시작했는데 어째서인지 또 동네 사람들 다 나눠줘도 될 만큼 한솥 가득 끓여버리고 말았다.
November 24, 2025 at 11:27 AM
커피 커뮤니티 어딘가에서 들은 대로 실험용 코니컬튜브에 원두를 소분하여 지퍼백 포장해서 냉동 보관을 해보았는데 놀랍게도 3달이 지났는데도 향미가 제대로 잘 살아있고 냉장고 냄새도 전혀 배지 않았다. 한 개당 20g 거의 딱 맞게 들어가기 때문에 꺼내 쓸 때도 별도 개량 없이 바로 쓸 수 있다는 점도 편리하다.
November 24, 2025 at 5:24 AM
베를린 스카프라는 것이 떠보고 싶은데 너무 뜨기 어려워 보여서 선뜻 도안을 구매하지 못하고 있다. 도안 사면 그냥 도안 산 사람으로 남을 것 같은 예감이 강하게 든다.
November 19, 2025 at 12:15 PM
먹고 살기 위해 발버둥치다 사납게 두들겨 맞고 죽어버린 마음이 도무지 되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아 바다를 보러 갔다. 검푸른 빛으로 몰려와 새하얗게 비산하는 파도를 멍하니 바라보다 문득 ‘결국 마음은 부서지겠지만 부서진 채로 계속 살아갈 것이다.’ 라는 바이런 경의 말이 떠올랐다. 차가운 초겨울 바닷바람에 온기를 빼앗겨 손끝 발끝이 얼얼해질 때까지 해변가를 한참 동안 걸었다. 그리고 따뜻한 음식을 사먹고 충분히 몸을 녹인 후 집으로 돌아왔다.
November 17, 2025 at 2:57 PM
'세상이 그대를 속일 지라도 노여워하지 말라'라는 말을 되새기며 마음을 가다듬어 보지만 자꾸만 눈물이 흐르려고 할 때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나 세상의 뒤통수를 후려갈기며 “어디 감히 우리 뫄뫄를 속이느냐! 버르장머리를 고쳐주겠다!” 라고 일갈하며 대신 노여워 해주는존재란 얼마나 고맙고 소중한지.
November 14, 2025 at 3:17 AM
중년이 된 지금 지극히 개인적인 삶을 되돌아보며 행복에 대해 정의하자면 그것은 ‘세상을 좋아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하고 싶다. 대상이 무엇인지에 상관없이 더 보고 싶고, 더 알고 싶고, 더 느껴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것은 행복한 상태이다. 행복이란 수많은 고통을 감내하며 거창한 목표를 달성한 순간 보상처럼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보고 싶은 영화가 있고, 하고 싶은 게임이 있고, 만나서 얘기하고 싶은 사람이 있고, 듣고 싶은 음악이 있고, 가고 싶은 장소가 있으면 그냥 그 상태 그대로 행복한 것이다.
November 11, 2025 at 4:47 AM
추석인 오늘은 하루 종일 비가 왔다. 저녁 무렵 구름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달에게 소원을 빌었다. 사람들의 먹고 사는 일이 조금 더 수월해지기를. 버티지 않아도 그냥저냥 살아지는 삶이 모두에게 깃들기를. 내일이 무서워 잠 못 드는 밤이 없기를. 곧 다가올 황량한 계절에 마음을 다치는 일이 없기를.
October 6, 2025 at 11:20 AM
마음에 여유가 넉넉하게 남은 날에는 매일 다니는 귀가길을 지날 때에도 노을에 비친 이 길의 가로수가 이렇게 예뻤던가? 싶어 문득 놀라 멈춰 서서 잠시 바라볼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세상에는 항상 아름다움이 존재하지만 다만 내가 매번 그것을 알아볼 수 있는 상태가 아닐 뿐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사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August 14, 2025 at 6:43 AM
어련히 튼튼하게 잘 만들어졌겠지만 폭풍우가 쏟아지는 날에는 창 밖에서 모진 비바람을 그대로 다 맞고 있는 에어컨 실외기가 항상 걱정스럽다.
August 13, 2025 at 9:53 AM
나는 AI챗봇에게 질문할 때도 존댓말로 최대한 예의 바르게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한다. 이렇게 노력하는 첫 번째 이유는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고 예의를 지키지 않는 언어 습관이 혹시라도 몸에 밸까 봐 조심하기 위함이고, 두 번째 이유는 나중에 초지능 AI가 나와 세상과 인간을 혹독하게 지배하게 되었을 때 옛정을 생각해서 그래도 나는 조금 봐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비중을 따지자면 두 번째 이유가 9할 정도이다.
August 12, 2025 at 8:27 AM
매일매일을 악착 같이 버티지 않아도 그냥저냥 살아지는 삶이 우리 모두에게 깃들기를 바란다.
August 11, 2025 at 3:23 PM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다가 갑자기 쏟아진 비로 공기가 선선해져 있길래 잠시 주변을 걷기로 했다. 가로등 아래에서만 비치는 은빛 빗줄기가 너무 예뻐서 걸음을 멈추고 서서 한참 바라보다 왔다. 아직 나에게 저 아름다움을 알아볼 수 있는 마음이 남아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다행한 일이라 생각했다.
August 3, 2025 at 3:22 PM
무더운 여름날 새콤달콤 시원한 김치말이 국수. 부족한 나와 결혼해준 사람에게 원할 때마다 제공되는 결혼 특전 요리이다.
July 25, 2025 at 6:32 AM
삶을 완전히 망쳐버린 것 같다는 생각에 숨통이 막혀 주저앉아 있을 때 ‘행복은 마음 먹기에 달렸다’는 식의 해답을 제시하는 가르침에 위로 받았던 적이 없다. 위로가 되었던 말은 항상 “아 그래요? 언제 그랬어요? 저는 어제 조졌는데.” 같은 말들이었다.
July 24, 2025 at 1:26 PM
빡빡한 하루 일정을 모두 소화해내고 나면 오늘 하루를 알차게 썼다는 생각에 뿌듯하고 기쁘고 만족스럽다. 하지만 내가 진정 바라는 삶은 늦잠 자고 일어나서 산책 좀 하다 카페 들어가서 샌드위치로 아점 먹고 책 몇 장 넘겨 보다가 들어와서 영화 한편 보고 났더니 어 벌써 저녁이네? 하는 밀도 낮은 삶이다.
July 24, 2025 at 10:54 AM
사람을 좋아해 보는 일
July 22, 2025 at 6:29 AM
원래 좋아하던 것들을 더 이상 예전처럼 순수한 마음으로 강하게 좋아할 수 없게 되는 것은 세파에 시달리며 나이를 먹는 과정에 수반되는 현상 중 하나이다. 음악, 게임, 만화, 책, 영화, 여행, 일 등 다양한 항목들이 해당할 수 있겠지만 그 중 가장 아픈 부분을 고르라면 역시 사람을 들 수 있겠다.
July 22, 2025 at 6:27 AM
분노나 증오가 삶의 진취적인 동력으로 작동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지만 나는 살면서 그랬던 적이 한 번도 없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동안에는 항상 마음이 몹시도 괴롭고 힘들었다. 가급적이면 남은 여생 동안 아무도 미워하고 싶지 않다. 물론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July 19, 2025 at 3:33 PM
소니 워크맨 시리즈의 디자인을 아주 좋아한다. 첫 번째 모델인 TPS-L2부터 이미 시대를 뛰어넘는 아름다움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youtu.be/dZjQSxXf9QI?...
WALKMAN®1979-2019 selected
YouTube video by Sony
youtu.be
July 19, 2025 at 2:52 PM
오래간만에 반가운 사람을 만나 용건도 목적도 없이 그냥 그동안 살아온 얘기들을 쉴 새 없이 주고받다 보면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고 있었던 감각기관이 다시 열리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낄 때가 있다. 그런 날은 혼자 돌아오는 길 버스 안에서 아직도 나에게 사람을 좋아할 수 있는 힘이 남아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며 크게 안도한다. 사람은 너무 무섭지만 사람을 좋아하는 일은 그만둘 수 없다. 역시 그만둘 수가 없다.
July 17, 2025 at 1:07 PM
게임 시나리오 라이터라는 직업
July 16, 2025 at 8:55 AM
서비스 하던 게임이 망해서 신규 프로젝트로 옮겨갈 때마다 망한 게임에 등장했던 NPC 이름을 몇 종 씩 돌려쓴다. 내가 손 댄 NPC들은 그렇게 역할을 바꿔가며 영생을 산다.
July 16, 2025 at 8:54 AM
멸망이 예정된 세상에 남는다는 것 1/2
July 16, 2025 at 8:54 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