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은 보는 이의 안에서 태어났다가 죽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말에 백호가 다시 그림을 내려다 봤을 때, 그림 속 소년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붉은 동백꽃송이만이 바닥에 떨어져 있었음.
환상은 보는 이의 안에서 태어났다가 죽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말에 백호가 다시 그림을 내려다 봤을 때, 그림 속 소년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붉은 동백꽃송이만이 바닥에 떨어져 있었음.
비가 그쳤으니 이제 가도 될 것 같대.
어느새 해가 떠있었음.
분명 그림 속에서는 4번의 계절을 보냈는데 그림에서 나오니 한나절밖에 지나지 않았잖아. 여기 있으면 안된다는 스님의 말에 백호는 다급하게 물어봄
저, 저 그림 뭐에요? 아까, 내가 분명 저기 있었는데...!
비가 그쳤으니 이제 가도 될 것 같대.
어느새 해가 떠있었음.
분명 그림 속에서는 4번의 계절을 보냈는데 그림에서 나오니 한나절밖에 지나지 않았잖아. 여기 있으면 안된다는 스님의 말에 백호는 다급하게 물어봄
저, 저 그림 뭐에요? 아까, 내가 분명 저기 있었는데...!
강백호.
제 이름 석 자가 입술 끝에서 나오는 순간,
강백호.
제 이름 석 자가 입술 끝에서 나오는 순간,
이름을 말하라.
말하면 안 돼...!
으윽. 백호는 갈등했음. 저를 바라보는 호열의 간절한 눈빛과 군사들의 손에 들린 시퍼런 칼날. 당장 저가 죽게 생겼는데도 호열은 백호가 그림속에 갇히지 않으려고 하고 있잖아.
...평생 그림 속에 갇혀 사는 거...
어쩌면 후회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호열이 죽는 것보단 나았음. 무엇보다 호열과 함께 사는 건 행복했으니까. 호열의 새카만 눈동자가 흔들리는 걸 응시하던 백호는 결국 입을 열었음.
강... 백호.
이름을 말하라.
말하면 안 돼...!
으윽. 백호는 갈등했음. 저를 바라보는 호열의 간절한 눈빛과 군사들의 손에 들린 시퍼런 칼날. 당장 저가 죽게 생겼는데도 호열은 백호가 그림속에 갇히지 않으려고 하고 있잖아.
...평생 그림 속에 갇혀 사는 거...
어쩌면 후회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호열이 죽는 것보단 나았음. 무엇보다 호열과 함께 사는 건 행복했으니까. 호열의 새카만 눈동자가 흔들리는 걸 응시하던 백호는 결국 입을 열었음.
강... 백호.
백호는 격렬하게 저항했지만 군사들이 잡고 누르자 꼼짝하지 못했음.
백호가 결코 힘에서 밀리는 편이 아닌데 황제의 군사들은 하나같이 무슨 철근으로 이뤄진 것 같았음.
이름을 말하라.
이거 놔!
이름을 말하라.
절대 말 안 해!
백호가 고집스럽게 입을 꾹 다물자 군사 중 대장으로 보이는 자가 고개짓 함. 그러자 군사들이 호열을 어디론가 끌고 가기 시작했음.
호열아!
백호는 격렬하게 저항했지만 군사들이 잡고 누르자 꼼짝하지 못했음.
백호가 결코 힘에서 밀리는 편이 아닌데 황제의 군사들은 하나같이 무슨 철근으로 이뤄진 것 같았음.
이름을 말하라.
이거 놔!
이름을 말하라.
절대 말 안 해!
백호가 고집스럽게 입을 꾹 다물자 군사 중 대장으로 보이는 자가 고개짓 함. 그러자 군사들이 호열을 어디론가 끌고 가기 시작했음.
호열아!
어서 도망가!
엉?
뒤늦게 호열의 굳은 표정을 발견한 백호가 눈을 끔벅였음.
황제의 군사들이 왔어.
어서 도망가!
엉?
뒤늦게 호열의 굳은 표정을 발견한 백호가 눈을 끔벅였음.
황제의 군사들이 왔어.
벌써 네 번의 계절이 지났을 때였음. 이른 아침에 산보를 나왔다가 바람이 변한 것을 느낀 백호는 동백꽃을 꺾어왔음. 호열에게 줄 생각이었음.
그러고보니 처음 준 꽃도 동백꽃이었지. 휘파람을 불며 집으로 걸어가던 중,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는 호열을 발견한다. 두리번 거리는 게 백호를 찾는 거 같았음.
호열이도 참, 잠깐 나왔다고 그렇게 내가 보고 싶었나? 흐뭇한 마음에 백호는 돌담 아래 웅크려 숨었다가 우왁! 소리 지르며 호열을 와락 끌어안았음. 그리고 히히 웃으며 귓가에 동백꽃을 꽂아준다.
벌써 네 번의 계절이 지났을 때였음. 이른 아침에 산보를 나왔다가 바람이 변한 것을 느낀 백호는 동백꽃을 꺾어왔음. 호열에게 줄 생각이었음.
그러고보니 처음 준 꽃도 동백꽃이었지. 휘파람을 불며 집으로 걸어가던 중,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는 호열을 발견한다. 두리번 거리는 게 백호를 찾는 거 같았음.
호열이도 참, 잠깐 나왔다고 그렇게 내가 보고 싶었나? 흐뭇한 마음에 백호는 돌담 아래 웅크려 숨었다가 우왁! 소리 지르며 호열을 와락 끌어안았음. 그리고 히히 웃으며 귓가에 동백꽃을 꽂아준다.
누웃, 이제는 안 속아. 안 말해줄 거야.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로!
응. 잘했어. 호열이 백호의 머리를 다시 쓰다듬었음. 백호는 손을 치우지 않고 그대로 그 손길을 느끼다 잠이 들었음.
누웃, 이제는 안 속아. 안 말해줄 거야.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로!
응. 잘했어. 호열이 백호의 머리를 다시 쓰다듬었음. 백호는 손을 치우지 않고 그대로 그 손길을 느끼다 잠이 들었음.
전에 그림 밖에서 봤을 때는 우울해보였거든. 웃는 얼굴이 이렇게 근사한데 말이야. 자주 웃고 다녀라.
...
서늘한 손이 백호의 눈을 덮었음. 눗? 백호가 의아해 하자 부드러운 손길이 백호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음. 계절이 바뀌는 동안 전혀 바뀌지 않은 붉은 머리카락이 하얀 손가락 사이로 부드럽게 흩어진다.
전에 그림 밖에서 봤을 때는 우울해보였거든. 웃는 얼굴이 이렇게 근사한데 말이야. 자주 웃고 다녀라.
...
서늘한 손이 백호의 눈을 덮었음. 눗? 백호가 의아해 하자 부드러운 손길이 백호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음. 계절이 바뀌는 동안 전혀 바뀌지 않은 붉은 머리카락이 하얀 손가락 사이로 부드럽게 흩어진다.
그럴 때마다 백호는 안 그래도 꽃나무로 가득한 주변이 더 화사하게 느껴졌음. 백호가 실실 웃고 있자 한참 전부터 진도가 나가지 않는 서책을 내려놓은 호열도 괜히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는다.
뭐야. 왜 웃어?
호열아, 난 니 웃는 얼굴이 너무 좋다.
호열이 몸을 숙여 제 무릎을 밴 백호의 이마에 입을 맞췄음. 나도 좋아.
그럴 때마다 백호는 안 그래도 꽃나무로 가득한 주변이 더 화사하게 느껴졌음. 백호가 실실 웃고 있자 한참 전부터 진도가 나가지 않는 서책을 내려놓은 호열도 괜히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는다.
뭐야. 왜 웃어?
호열아, 난 니 웃는 얼굴이 너무 좋다.
호열이 몸을 숙여 제 무릎을 밴 백호의 이마에 입을 맞췄음. 나도 좋아.
낮엔 마을의 장터에서 맛있는 걸 사먹거나 물건을 구경하고, 해가 지면 돌담에 걸터앉아 별을 구경하다 수줍게 입을 맞추기도 했음. 손을 잡고 자던 사이는 계절이 또 한 번 바뀌자 서로를 끌어안고 잠드는 사이가 되었음.
나쁘지 않던 시간은 이제 꿈결처럼 느껴졌음. 여기가 그림 속 세상인 걸 까맣게 잊고 살 정도로 백호는 행복했음.
낮엔 마을의 장터에서 맛있는 걸 사먹거나 물건을 구경하고, 해가 지면 돌담에 걸터앉아 별을 구경하다 수줍게 입을 맞추기도 했음. 손을 잡고 자던 사이는 계절이 또 한 번 바뀌자 서로를 끌어안고 잠드는 사이가 되었음.
나쁘지 않던 시간은 이제 꿈결처럼 느껴졌음. 여기가 그림 속 세상인 걸 까맣게 잊고 살 정도로 백호는 행복했음.
주절주절 아무 말이나 내뱉고 있으니 동백꽃의 색이 정말 옮겨가기라도 한 것처럼 호열의 창백한 볼이 점점 붉어진다. 백호는 그 모습도 빠짐없이 바라보았음.
...뭐라는 거야.
붉게 꽃물이 든 볼로 미소짓는 호열의 얼굴은 그림 속 그 무엇보다 아름다웠음.
주절주절 아무 말이나 내뱉고 있으니 동백꽃의 색이 정말 옮겨가기라도 한 것처럼 호열의 창백한 볼이 점점 붉어진다. 백호는 그 모습도 빠짐없이 바라보았음.
...뭐라는 거야.
붉게 꽃물이 든 볼로 미소짓는 호열의 얼굴은 그림 속 그 무엇보다 아름다웠음.
예쁘다.
호열의 시선이 백호에게 닿음. 엇. 저도 모르게 너무 솔직하게 말해버린 백호가 다급하게 덧붙였음.
아, 아니. 꽃이. 어. 거기 있으니 잘 어울리네! 어! 호열이 너는 얼굴은 찹쌀떡처럼 하얀데 머리카락은 까마귀처럼 까매서 무슨 색이든 잘 어울리거덩!
예쁘다.
호열의 시선이 백호에게 닿음. 엇. 저도 모르게 너무 솔직하게 말해버린 백호가 다급하게 덧붙였음.
아, 아니. 꽃이. 어. 거기 있으니 잘 어울리네! 어! 호열이 너는 얼굴은 찹쌀떡처럼 하얀데 머리카락은 까마귀처럼 까매서 무슨 색이든 잘 어울리거덩!
호열은 서책을 읽고 있었음. 백호가 전혀 못 알아보는 언어의 책으로, 무엇을 읽냐고 물어보면 네가 여기서 나갈 방법. 이라고 짧게 답하곤 했음. 거리감이 없는 백호에 놀라던 때도 있었지만 그게 반복되자 백호가 제 옆에 앉든 눕든 꽃을 달든 무시하는 경지에 이르렀다ㅋ
그에 더욱 과감해진 백호는 긴 팔을 뻗어 키작은 동백나무에 매달린 큼직한 동백꽃 한송이를 따서 제 옆에 앉은 호열의 귓가에 꽂아줬음.
호열은 서책을 읽고 있었음. 백호가 전혀 못 알아보는 언어의 책으로, 무엇을 읽냐고 물어보면 네가 여기서 나갈 방법. 이라고 짧게 답하곤 했음. 거리감이 없는 백호에 놀라던 때도 있었지만 그게 반복되자 백호가 제 옆에 앉든 눕든 꽃을 달든 무시하는 경지에 이르렀다ㅋ
그에 더욱 과감해진 백호는 긴 팔을 뻗어 키작은 동백나무에 매달린 큼직한 동백꽃 한송이를 따서 제 옆에 앉은 호열의 귓가에 꽂아줬음.
가끔 기습적으로 이름을 물어봐서 백호가 무심코 답하려고 하면 혼을 내기도 했음ㅋㅋ 말하면 안 된다니까. 후눗...
계절이 한 번쯤 바뀌었을까. 이곳의 날씨는 늘 온화했지만 가끔 바람이 변하곤 했음. 호열은 여기선 그게 계절이 바뀌는 거라고 말해줬음.
가끔 기습적으로 이름을 물어봐서 백호가 무심코 답하려고 하면 혼을 내기도 했음ㅋㅋ 말하면 안 된다니까. 후눗...
계절이 한 번쯤 바뀌었을까. 이곳의 날씨는 늘 온화했지만 가끔 바람이 변하곤 했음. 호열은 여기선 그게 계절이 바뀌는 거라고 말해줬음.
네 이름이 뭐야?
강백,
말하지 말라니까.
깔끔하게 다듬은 눈썹이찌푸려짐. 백호가 머쓱하게 뒷목을 쓸었음. 맞다, 말하지 말랬지.
근데 여기서 나가려면 어떻게 해야 되냐?
나도 몰라. 찾아봐야지.
아이는 저를 호열이라고 소개했음. 백호처럼 이방인이 아니라서 이름을 말해도 된다고 설명을 덧붙이면서.
호열은 백호를 제 집으로 데려갔음. 마을과 조금 떨어진 작은 초가집이었음. 백호는 자연스럽게 거기서 살기 시작함.
네 이름이 뭐야?
강백,
말하지 말라니까.
깔끔하게 다듬은 눈썹이찌푸려짐. 백호가 머쓱하게 뒷목을 쓸었음. 맞다, 말하지 말랬지.
근데 여기서 나가려면 어떻게 해야 되냐?
나도 몰라. 찾아봐야지.
아이는 저를 호열이라고 소개했음. 백호처럼 이방인이 아니라서 이름을 말해도 된다고 설명을 덧붙이면서.
호열은 백호를 제 집으로 데려갔음. 마을과 조금 떨어진 작은 초가집이었음. 백호는 자연스럽게 거기서 살기 시작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