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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ml.bsky.social
얼굴 살짝 빨개진 한수영이 확실히 자기가 대사 잘 쓴 거 같다고 말 돌리면 유상아는 안 그래도 읽으면서 이 대사 좋아서 따로 필사해놨다고 할 것 같다.
September 20, 2023 at 5:10 AM
눈 데굴데굴 굴리면서 이 가느다란 남자가 하는 말이. 양이 너무 많아서... 혼자서 먹으려니까 자꾸 남아서 그렇다고 함. 유중혁이 제 한 줌도 안 될 것 같은 손목이나 얇은 허리가 신경쓰인 나머지 자기도 모르게 할머니처럼 밥을 퍼준 결과였음.
무슨 사람이 그것도 안 먹나 싶지만 근육은 없고 마르기만 한 거 보니 그럴만 한 거 같기도 함. 그렇게 얘기하다보니 마침 동갑이라. 친해진 중독 둘이서 밥 같이 먹고 친해지면 좋겠다ㅏ
September 19, 2023 at 8:47 AM
워낙 붙어다니고 김독자가 유중혁 밥 맛있단 소리하니까 주변 친구가 너네 부부같다고 하는데 유중혁 혼자 덜컥 하면 좋겠다. 묘하게 살랑살랑 올라오던 썸이 순간 확 느껴지는 순간.. 그런데 김독자가 넘 자연스럽게 넘겨버려서 찜찜한 쭝. 그날도 상다리 부러질 듯한 저녁식사였는데 그게 처음으로 김독자가 유중혁이 기분 별로인 이유 못 알아챈 날.
September 19, 2023 at 8:06 AM
그러다 김독자랑 어쩌다 싸워서 서로 말도 안 하고 방에 틀어박혔는데. 유중혁 습관적으로 요리했더니 2인분이라 버릴 수도 없어서 김독자 부르겠지. 그걸 또 슬금슬금 나오는 김독자... 화는 완전히 안 가라앉았는데 그 모습이 웃겨서 살짝 웃을 뻔함. 그리고 밥 먹는데 맛은 또 있는지 빵빵해져서는 오물거리는 김독자 뺨 보고 화 완전히 풀려버리면 좋겠다. 습관인지, 이제는 요리가 아니라 김독자 먹는 것만 봐도 기분이 좋아지게 되어버림. 마침 김독자가 눈치 살짝 보면서 미안하다고, 설거지 자기가 하게ㅛ다고 해서 제대로 화해하는 중독.
September 19, 2023 at 8:00 AM
나중엔 메뉴만 봐도 뭔 일있나 알아내는 경지에 다다른 김독자.. 오 오늘 저녁 맛있겠다ㅏ 조별과제라도 있어?
제 기분을 기가 막히게 알아내는 룸메가 신기하겠지. 그리고 원래는 요리 자체로 스트레스 좀 풀고 그랬었는데 유중혁 어느 순간부터 김독자랑 밥 먹는 거<<도 스트레스 풀릴 것 같다. 자기 기분 알아주는 룸메가, 원래는 입도 짧고 먹는 양도 적은 거 아는데 자기가 직접 만든 요리 맛있다고 감탄하면서 햄스터처럼 볼 빵빵하게 해서 먹는데 뿌듯하고 기분이 절로 풀리겠지. 그래서 요리 + 룸메랑 식사가 유중혁 힐링타임이 됨
September 19, 2023 at 7:54 AM
행동은 빨랐음. 마지막으로 그 손님이 왔던 것이 3일 전. 첫인상과 달리 이제는 제법 생기가 도는 남자의 얼굴을 떠올리며 유중혁은 상태가 좋은 꽃들을 골라 정성스레 포장했음. 마침 붉은 장미였음. 퇴근 시간대, 김독자가 들어옴. 유중혁은 아름다운 꽃다발을 내밀며 말했음. 꽃집에서 일해볼 생각은 없습니까? 김독자의 뺨이 꼭 그 꽃다발 색 만큼이나 붉어졌음. 아주 로맨틱한... 스카웃 현장이었음.
September 19, 2023 at 7:26 AM
모든 게 다 잘 풀리는 기분이었음. 여전히 도시는 탁했고 살아갈 자연이 남지 않아 김독자는 출근을 해야했지만 잘 먹고 잘 잘 수 있다는 건 그만큼 좋았음. 문제..라고 할 만한 게 생긴 것은 그 때문이었음. 잘 먹고 잘 잔 김독자의 힘이 조금 강해져서 유중혁이 이상함을 눈치챘다는 것. 김독자가 왔다간 날이면 꽃이 유달리 싱그러운 탓이었음. 매일 정성으로 꽃을 돌보는 유중혁이었기에 그 변화를 눈치챌 수 있었음.
September 19, 2023 at 7:24 AM
아쉽게도 정령 주제에 스스로 꽃을 키울 수 있을만큼의 능력은 없었음. 그런 것을 김독자가 제대로 배우기도 전에 정령들은 빠르게 스러졌고 김독자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꽃다발을 매만져 싱그러운 상태를 아주 조금 더 오래 유지하는 것뿐이었음. 그것도 직접 힘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정령이라 자연스럽게 미치는 영향이었음. 김독자는 꽃다발과 일종의 공생관계였는데 안타깝게도 화분을 키울 능력은 없어 지속가능한 관계는 아니었음. 김독자는 꽃다발이 시들면 꽃집을 찾았음. 꽃은 비쌌지만 밥이자 수면이라 생각하면 썩 괜찮았음.
September 19, 2023 at 7:19 AM
흔하지 않게 농약 하나 없이 정성을 쏟아서 기른 싱그러운 꽃. 김독자가 꽃집 단골이 된 건 당연한 수순이었음. 꽃 한 다발에 하루종일 숨쉬기가 편해졌고, 뭘 먹어도 허기가 사라지지 않아 대충 인스턴트 음식으로 채우던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잠시나마 멈췄음. 심지어는 잠도 잘 잤음. 도시의 소음에 항상 다크서클을 달고 살았는데, 아침이 개운했음.
September 19, 2023 at 7:14 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