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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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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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초장님
영중은 자신이 불리한 줄을 진작에 알았다. 그래서 뜨거운 뺨을 만지지 않았다. 거울이 없어서 다행이었다. 야옹야옹. 검정 고양이가 반갑다는 듯 영중의 다리에 머리를 부볐다.
굳어 버린 영중은 더 뒤로 가지도 안, 못 해서 훌륭한 어질리티 놀이기구가 되어 주었다. 고양이 털이 마구 날아다녔다. 하필 날이 너무 맑았다. 다 보였다. 날아다니는 털도, 웃는 얼굴도…….
January 10, 2026 at 3:18 PM
기겁해서, 식겁해서, 미친 사람이랑은 상종하고 싶지 않아서……. 영중이 주춤 뒷걸음질 쳤다. 준수가 고양이를 내려놨다. 영중을 따라갔다.

야옹 뭔데?
그것 좀 그만해.
뭘? 야옹.
그거를, 그러니까.

영중은 끝내 말할 수 없었다. 그놈의 야옹 좀 그만해 하고. 왜냐하면 준수가 팔 년 전 영중이 잘 알았던, 꽤 친했던 초딩 남자아이와 똑같이 웃어서.

왜 피하냐? 야옹 해 보라며.
이제 그만하라고.
멈추고 싶은 니가 날 납득시켜야지, 그럼.
징그러워.
그런 놈이 얼굴은 왜 그 지경이냐?
…….
January 10, 2026 at 3:18 PM
영중은 너무너무 아쉬운 마음에 그만 그렇게 묻고 말았다. 진심을 토하고 말았다. 묵은 내가 좀 났다. 자각하지 못한 마음이 조금 섞인 탓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영중은 준수가 당연히 거절할 줄 알았다. 역정 내는 얼굴을 상상하고, 스스로도 자신의 음침함을 인정하며, 속으로 실실거렸다.

야옹.
……어?

준수, 미쳤어? 영중의 입이 벌어졌다. 그 말이 턱끝까지 올라왔지만 차마 뱉을 수가 없었다. 야옹, 왜. 준수가 말했다. 해 보라며, 했는데. 왜. 계속 보챘다.

변태 새끼가 쪼갠다.
아니 이건 진짜 놀라서…….
January 10, 2026 at 3:18 PM
그대로 무시하고 돌아서려 했다. 야옹. 뜬금없는 울음소리가 발길을 붙잡았다. 영중이 무심코 준수를 정면으로 쳐다보았다. 눈이 마주쳤다. 그건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라 잊어버렸다는 핑계로도 너무 눈부셔서 확인할 수 없었다는 능청으로도 넘길 수 없었다.

방금 누가?
뭐가.
성준수 너냐?
뭐가?

영중은 대꾸하는 대신 눈을 옮겼다. 준수의 손에 잡혀 가슴께까지 끌려 올라온 검정 고양이를 발견했다. 야옹. 걔가 그렇게 울었다. 당연했다. 당연한 건데…….

왜 이렇게 아쉽지.
뭐가.
야옹 해 볼래?
January 10, 2026 at 3:18 PM
아무리 그래도 다짜고짜 농구 관뒀냐?고 묻기는 좀 그랬다. 바로 저번 주 대회에서 드잡이질 직전까지 갔던 사이라고 해도. 눈을 굴렸다.

'지상고 놈들 없는 성준수는 건드려 봤자 재미도 없고 소득도 없고…….'

입 터는 에너지도 아깝고 시간도 아깝고. 영중은 마음을 정했다. 어깨를 으쓱였다. 낑낑댄단 말은 기분이 상했지만 다음에 만나면 동료들 앞에서 그만큼 더 망신을 주면 그만이었다.

'아니지, 배로 갚아 줘야지. 성준수 저 자식은 맨날 자기 입으로 자기 업보 쌓고 앉았다니까.'
January 10, 2026 at 3:18 PM
흐앗. 하핫. 주, 준수 아기 같아.
엄마라고 불러 줘? 변태 새끼야.
뭔 소리야! 갑자기 엄마, 엄마 타령이야. 나는 준수 남자친구가 되고 싶은 거야.
흥.

준수는 영중의 필사적인 변명도 듣는 둥 마는 둥 키스를, 쪽쪽, 이어 갔다. 이미 이런 키스도 하는 사이에 남자친구가 되고 싶다고 하면 놀려 주고 싶은 맘밖엔 안 들었다.
나도 같이 안아 줘. 준수가 말했다. 영중은, 그렇게 했다. 꿀꺽 침 넘어가는 소리가 너무 컸다. 이미 지하도 출구였는데도 메아리로 돌아왔을 만큼. 꿀꺽, 꿀꺽, 꿀꺽…….
January 9, 2026 at 12:49 AM
언제 썼냐?
크악. 내 거 아니거든? 숨 안 쉬어지니까 놔라?
니가 아는 성준수가 나밖에 더 있냐?
아니, 그니까 나 아니라고…….

쪽. 준수는 거짓말이 다 탄로난 얼굴로 거짓말을 연기하는 괘씸한 입을 자기 입으로 막았다. 초딩들의 키스래 봤자 주둥이 붙이는 것밖에 더 있겠냐만은 조금 달랐다.
웃. 영중이 제 입술을 쪽쪽 빠는 준수를 풀린 눈으로 내려다봤다. 잡힌 몸을 쭈뼛거리면서도 빠져나오려고는 하지 않고.
January 9, 2026 at 12:49 AM
웃겼는데, 준수도 못 참고 터질 뻔했는데, 참았다. 비틀리는 입꼬리를 스윽 손가락으로 문질러 폈다. 끝내 계단을 다 올라가진 않는 영중을 따라잡았다.

잡았다.
뭐? 우리 술래잡기 한 적 없는데? 그리고 내가 봐준 거야.
그래라.

준수는 영중이 보는 앞에서 카드를 코트 주머니에 넣었다. 고개를 들자 보이는, 새빨간 얼굴을 구석으로 밀어 넣었다.
어어! 영중이 소리쳤다. 왜냐하면 계단이었으니까. 발디딜 폭도 좁고 높이도 높았다. 준수는 버둥거리는 영중을, 마찬가지로 두꺼운 소매 탓에 짧아진 팔로 힘껏 껴안았다. 쪽.
January 9, 2026 at 12:49 AM
가지의 길이가 배려 없이 들쭉날쭉했다. 가까이 다가온 준수의 가슴을 향해 훅을 갈겨 넣는 녀석도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 가지에, 성준수 바보, 카드가 걸려 있었다.

전영중, 너냐?
뭐가!

부루퉁한 목소리. 어쩐지 거리감이 이상하게 느껴졌던 준수가 뒤를 돌아봤다. 영중은 어느새 나가는 통로에 서 있었다. 준수의 의심이 확신으로 바뀌었다.
준수는 카드를 챙겼다. 저벅저벅 영중에게 돌아갔다. 영중은 준수가 한 발짝 다가오면 자긴 두세 발짝씩 허둥거리며 도망갔다. 그 모습이, 두꺼운 옷 때문에 뒤뚱뒤뚱, 웃겼다.
January 9, 2026 at 12:49 AM
준수는 그동안 트리 앞에 도착했다. 트리가 있는 것 자체는 이상하지 않았다. 몇 년 전부터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서 있곤 했으니까. 장식으로는 오너먼트 대신, 지하도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자기 소원을 작성한 카드를 거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 이상한 건 나무였다.

'이딴 게…… 트리?'

트리는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야생의 나무 같았다. 그러니까, 가지와 잎이 충분함을 넘어서, 넘쳤다. 가짜인 건 확실했다. 지하도 특유의 흐리고 어두운 조명을 받고 플라스틱 결이 어색하게 빛났다.
January 9, 2026 at 12:49 AM
예외는 있었다. 영중이 큭큭거렸다. 물어뜯기고도 온전한 입술을 지문으로 더듬었다. 열이 펄펄 끓는 반송장 것보다 미지근한 침이 여름날 보리차처럼 시원하게 넘어갔다. 꼴깍, 꼴깍, 자꾸만 입맛을 다시게 만들었고,

간다. 그리고 이제 전화 받아라, 진짜.
흐하하. 그래.

친구를 증명하고자 기꺼이 사랑마저 흉내 내는 친구를 거절할 수 없게 만들었다.
January 6, 2026 at 12:39 PM
실실거리는 영중에게 툭 쏘아붙인 준수는 입 안에서 돌아다니는 피를 뱉었다. 덩어리 질감이 가래와 섞인 것 같기도 하고. 영중은 보기 싫은 듯 바로 발로 밟아 뭉갰다. 특징이었다. 한 번 죽었다가 되살아난 존재들의 특징. 오염되어 병든 피는 쉽게 뭉쳤고, 썩었고, 상한 세포의 재생은 물론 멀쩡한 세포의 작동까지 방해했다. 가뜩이나 생존자들에게 배척받는 죽은 자들을 더욱 배척받게 만들었다.

하하. 준수 이제 큰일 났네. 죽었다가 살아나는 감각 진짜 더러운데.
뭐 어때. 아예 죽는 것도 아니고.
January 6, 2026 at 12:39 PM
경악한 눈들이 면전에도 등 뒤에도 꽂혔다. 침이 섞이고 점막이 마찰하는 소리가 꽤 이어졌다. 그동안 그 눈들은 이제 준수가 아닌, 영중에게로 향했다.
영중은 멈춰 있었다. 언젠가 목덜미를 물어뜯겨 차가운 바닥에 널부러졌을 때처럼. 그러다, 언젠가, 콱, 혀를 깨무는 아양에 키득키득 웃음을 터뜨렸다. 손을 들었다. 제 턱을 붙든 준수의 손을 더듬더듬 감쌌다.

비위 좋네, 준수. 시체한테 키스를 다 하고.
누가 시체야. 피 흘리는 시체 봤냐?

마침내 떨어진 한 쌍의 입술이 나눈 첫 대화였다.
January 6, 2026 at 12:39 PM
타깃을 다시 한 번 눈으로 확인한 준수가 몸을 일으켰다. 어디 가? 기겁해서 붙잡는 영민을 무시하고 눈싸움에 져서 꼬리를 말고 낑낑거리는 놈들 진영으로 걸어갔다. 낡은 나무 바닥이 삐걱거렸다.

전영중.
……오?

동그란 뒤통수가 미처 돌아보기도 전이었다. 준수는 미묘하게 삐걱거리는 목에서 고개를 잡아 돌렸다. 꺾인 목에서는 우득 소리 대신 테이프가 찌익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준수는 헤픈 척하는 입 안으로 혀를 밀어 넣으며 그 너덜거리는 테이프 너머, 그 안쪽, 해진 목도리마냥 헤집어진 붉은 섬유 다발을 훔쳐봤다.
January 6, 2026 at 12:39 PM
준수는 뒤에서 불안에 찬 불만스러운 중얼거림을 한 귀로 흘리며 눈을 옮겼다. 책상을 걷어찬 놈을 필두로 한놈, 한놈 눈싸움을 제압한 뒤 유일하게 이쪽을 쳐다보지 않는 뒷모습으로.
동그라니 단정한 뒤통수 밑으로 셔츠깃이 살짝 구겨져 드러난 피부가 너덜거렸다. 추워서 붉은 것도 긁어서 부은 것도 아니고 너덜거렸다. 피부색과 맞춘다고 맞췄지만 위화감이 드는 살구색 의료용 테이프. 근래 약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의약품 하면 이 테이프와 혈전 용해제였다.
January 6, 2026 at 12:39 PM
그리고 그런 준수가 거슬렸던지 누군가가 책상을 쾅, 밀치고 일어났다. 준수는 반대로 영민의 책상에 걸터앉았다.

다른 놈들은 안 왔냐?
보다시피. 솔직히 아무도 안 올걸. 학교 꼴을 봐, 나도 준수 너 간다고 안 했으면…….

안 왔을 거라고 소리를 줄이고 숨을 죽이는 낯빛이 공포에 질려 시퍼랬다. 준수는 내일이면 영민의 얼굴도 못 보지 않을까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체념이었냐면 수긍이었다. 등교를 재개한다는 전체 문자에도 '등교 자유'라는 조건이 붙었으니까. 공무원이라 국가가 시키면 따라야 하는 교사는 해당사항 없음이겠지만.
January 6, 2026 at 12:39 PM
'야, 준수야!'

유일하게 호의를 품은 눈길이 속닥속닥, 준수를 호명했다. 고개를 돌리면 영민이 가장 구석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 반대편에는, 무리를 넘어 진영이라는 생각이 번쩍 드는, 적의에 가득 찬 얼굴들이.
준수는 영민에게 다가갔다. 영민이 내미는 여분의 마스크를 진심으로 고마워하며 귀에 걸었다. 영민의 옆에 가방을 내려놓고 반대편을 봤다. 꼬라보는 눈빛들을 피하지 않고 하나하나 같이 꼬라봤다. 악취와 구역질만 아니었으면 그런 것들보다 더 아무것도 아니었을 놈들을 같잖아 했다.
January 6, 2026 at 12:39 PM
점호 끝나고 교진이랑 방 바꾼 준수까지 봐야 완성임

야야 씨발 오늘 우리 1일이야 좀 참아
2일이야 열두 시 지났으니까
아무튼
아니 네 침대 가;
애인 사이에 내 침대 니 침대가 어딨냐? 옆으로 좀만 가 봐
아니 진짜 어이가 없네; (하면서 옆으로 가서 자리도 만들어 주고 떨어지지 말라고 안아 줌;)
January 6, 2026 at 12:15 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