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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tta let the rain pour down to see the BL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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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고기를 받아 불판에 올렸는데 즤믽이 폰으로 전화가 걸려왔어. 슬쩍 화면 보니까 걔네 회사인 것 같더라고. 휴가 줘놓고 왜 전화질이야, 하고 슬쩍 짜증나려고 하는데, 전화받는 즤믽이 표정이 엄청나게 밝아. 뭐 좋은 일이라도 있나 봐.
잠시 후에 네, 네에! 만 하다 전화 끊은 즤믽이가 울먹울먹한 표정으로 말해.

"믽졍이이..."
"무슨 일 있어? 왜그래?"
"나아..."
"응."
"영화제 가아..."
"영화제?"
"웅...신인 연기사앙..."
"뭐? 진짜? 즤믽이 그, 그, 뭐냐. 후보 된 거야?"
December 21, 2025 at 2:09 PM
"안 돼. 이따 먹어 이따."
"그치마안- 방금 샀잖아아...바로 먹어야 맛있댔는데..."

즤믽인 지금 고기 먹으러 갈 거면서 방금 산 에그타르트 한입만 먹겠다고 조르는 중이야. 믽졍인 익숙치 않은 렌트카에, 처음 오는 길에, 풍경마저도 익숙하지 않은 곳이라 정신 없어서 난리인데 얘까지 옆에서 이러고 있으니 머리가 어지러워.

"너 그거 먹으면 고기 안 사준다? 숙소로 가?"
"히잉...알았어어...집어너께..."
December 21, 2025 at 2:09 PM
폰을 들어 사진 찍을 생각도 못하고 달려가는 즤믽이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봐. 카메라 대신에 눈을 감았다 뜨며 그 모습을 기억에 담아.

"즤믽아! 너 목도리 해야지이!"
"쫌이따아-! 지금 아무도 업짜나아-!"

유즤믽이, 김콩장이, 쭉 행복해 했으면 좋겠어. 그리고 믽졍이는 걔가 쭉 행복할 수 있게 지켜주고 싶어졌대.
December 21, 2025 at 2:09 PM
아무튼 원래도 얜 김콩장 시절부터 귀여웠지만, 애정을 주고받는 관계가 되고 나니까 그게 더 귀여워 보이고, 그래서 더 놀리게 되는 것 같아.

"맛집을 추천받아 왔어?"
"응. 이사님이 꼭 먹어야 된다는 집도 있어. 진짜 맛있대."
"어유, 기특하네에-"

손 뻗어서 즤믽이 엉덩이 톡톡 쳐 줬더니 옆에서 히히 소리 내면서 좋아하더라. 꿈찔꿈찔 움직여서 믽졍이한테 더 가까이 대주기까지 해. 쟨 뭘 먹고 저렇게 귀엽대? 믽졍이한테 언니처럼 굴고 보살피려 들 때는 언제고, 지금은 예쁨 받는 거 좋아하는 개냥이 같아.
December 21, 2025 at 2:09 PM
"믽졍이는 밥 잘 안 먹는 사람이라 그냥 숙소 갈건데?"
"안돼애!"
"뭐가 안돼. 즤믽인 숙소 가다가 컵라면이랑 김밥 사줄게. 아까 비행기에서 컵라면 먹고 싶다며."
"우리 제ㅈ도까지 왔는데? 제ㅈ도 가면 돼지 먹는 거랬는데? 삼겹살은? 내가 추천받은 맛집은?"

얘 완전 울상임. 놀리는 재미가 있어.
아까 비행기에서도 그럼 우리 사귀는 거냐고 묻길래, 사귀자는 말은 안 했는데? 했다가 애 고장나서 한참을 어...어엉...그렇지이...이러고 있더라고. 그래서 사귀까? 했더니 애가 아주 화색을 하더라.
December 21, 2025 at 2:09 PM
"믽졍이가 나랑 사귀고 싶은 건 아니라고 해써..."
"응, 그랬지. 근데..."
"근데?"
"내가 어디 가서 유즤믽 같은 애를 만나보겠어."

내가 제일 좋대지, 착하지, 예쁘지, 일 잘하지(아마도), 돈도 잘 벌지, 거기다가...
나도 얘 없으면 못 살 것 같으니까.
December 21, 2025 at 2:09 PM
"뭐야...너 이렇게 프로포즈 하면 망한다는 말도 못 들어봤어?"
"응? 프, 프, 프로포즈?"
"그래. 프로포즈. 반려라는 말은 보통 부부 사이에 쓰는 말이잖아."
"...어...?"
"야아...너...몰랐어...? 너 지금 사람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나랑 결혼할 사이라고 말한 거나 마찬가지야."

진짜 몰랐나 봐. 아니, 말을 그렇게 잘 하면서, 왜 그걸 모르지? 허둥대며 아니이 그게아니고오 어어...이러고 있는 즤믽이 보니까 웃음이 피식 나와. 와, 김믽졍 인생에 공개 고백 받아놓고 기분 좋기는 또 처음이야.
December 21, 2025 at 2:09 PM
쟤 작년에 루돌프로 출연했던 그 광고도 다시 조회수 끌올 되고 있는 판이라고요. 그러니까 기사 조회수도 난리 났지."

여행 가기 전부터 이게 무슨 난리야... 즤믽아, 우리 이번 여행 제대로 갈 수 있는 것 맞겠지?

그래도 걱정했던것과는 달리 보딩타임 한시간 전에 들어가니까 즤믽이 보고 따라오는 사람은 없더라고. 다들 갈길 바빠서 그런가.

"나 잘못해써? 믽졍이 반려라고 하면 안돼?"
"아냐, 돼, 돼. 잘못한 거 아니야."
"근데 윻읁 언니가 혼내써."
December 21, 2025 at 2:09 PM
"반려 맞잖아. 믽졍이 나랑 쭉 같이 있을 거잖아. 아니야? 나랑 쭉 같이 있는 사람이 반려랬는데."
"어어...그치. 쭉 같이 있을 건 맞는데..."

보통 반려라는 말을 인간들끼리도 잘 안 하고, 부부 사이에도 안 쓰는 말이잖아. 격식 차릴 때나 하는 말인데, 그것도 결혼한 사이에나 쓰는 말인데... 뜻 자체는 인생을 함께 하는 반쪽이라는 말이긴 하지만... 그럼 반려가 맞긴 맞지. 끄덕끄덕
캐리어는 이미 화물칸에 싣게 카운터에 줘버렸기에 간단한 가방 하나씩 메고 주차장으로 나가. 윻은이 차가 주차하고 있는 중인 게 보여.
December 21, 2025 at 2:09 PM
...!? 야.

허겁지겁 유즤민 가방에 있는 마스크 하나 꺼내서 쓰고 믽졍이도 모자 푹 눌러써.
그런 믽졍이랑 눈 마주친 즤믽이가 밝게 웃어. 귀가 따끈따끈해진 게, 사람들 시선이 쏠려서만은 아닌 거 같기도 해.
December 21, 2025 at 2:09 PM
"오...믽졍이, 나 이따가 내리면 저기 사람들이랑 인사 해도 돼?"
"괜찮겠어?"
"웅. 믽졍이만 괜찮으면 난 괜찮아."
"그래. 나 없어도 되지?"
"웅!"

1시간 뒤, 리무진에서 내린 유즤믽은 버스 아래에서 캐리어 내리고 있는 사람들 옆에 서.
어, 맞죠? 유즤믽씨? 네, 맞아요. 반갑습니다아-
마스크도 내리고, 웃으며 인사하는 걔 보니까 기분이 참 요상해. 우리집 고양이가 유명해졌어요...아니, 유명한 거 알긴 하는데 사람들이 다 알아보네요?
December 21, 2025 at 2:09 PM
결국 믽졍이 일은 밤 12시를 넘겨 다음날이 되어서야 끝났어. 피곤한 눈을 비비적대며 밖에 나온 믽졍. 그리고 TV 보다가 믽졍이 나오니까 끝나써...? 하고 물어보는 즤믽.
으응 끝나써어...진짜 내가 다시는 저기꺼 하나 봐라아...이러면서 소파에 엎어지려고 하는데, 믽졍이! 힐링해! 이러더니 즤믽이 옷이 바닥으로 풀썩 떨어져.

"뭐야. 뭐하는건데..."

발라당 누운 김콩장. 힐링하라는 게 이런 뜻이었어?

"너 배 만지면 싫다매. 잔뜩 만져도 돼?"
(앞발-손-번쩍)
"조아. 힐링 좀 제대로 해 볼까나아아?"
December 21, 2025 at 2:09 PM
"쪼옴...?"
"너 무서워 하는게 왜이리 많아? 리프트도 무서워하고. 저번에 영화 촬영 갈 때 비행기 어떻게 탔어?"
"무서워 할 수도 이찌! 그때는...그냥 참아써."
"...근데 배 탈라면 가는 데만 하루 걸려...숙소 예약했는데 그거 맞춰서 가려면 내일 출발해야 되는데..."
"비행기 타...타도 돼. 믽졍이 손 잡으면 돼."
"그래. 손 꼭 잡아줄게. 제ju도는 50분만 가면 돼."
"괜찮게따!"
"그래!"

그 순간 믽졍이 폰이 울려. 조금 전에 완성물 보냈던 그 의뢰인이야. 통화하는 믽졍이 표정이 점점 안좋아지지.
December 21, 2025 at 2:09 PM
즤믽이가 아직 tv에 나오는 그런 큰 배우는 아니지만, 그래도 걔 찍은 국범수 그거 천만까지는 아니지만 오백만 관객은 찍었단 말야.
일단 있는 거 예약은 해야겠다 싶어서 두자리 예약해. 2주간 쉰다고 했으니 한 1주일 놀다 와도 되겠다 싶어서 돌아오는 날까지 6박7일 숙박도 알아봐. 김콩장 있었으면 고르라고 했을 텐데 얘가 요새 믽졍이보다 훨씬 바쁘니까...
이틀 뒤라 그런지 길게 묵을 수 있는 곳이 없어서 남쪽에 3박, 북쪽에 3박 잡았어. 차 렌트까지 하고 나니 벌써 즤믽이 올 시간임. 짐은 오면 싸야지...
December 21, 2025 at 2:09 PM
햇빛 받은 풀은 1cm만했다가, 금방 손가락만해졌다, 며칠만에 손바닥만한 길이가 됐어. 아침에 오, 많이 자랐네. 하고 학교 갔다 온 믽졍... 집에 오자마자 풀 뜯어먹는 김콩장 발견하다.
놀라서 어??? 했더니 콩장이도 놀랐나 봐. 뜯어먹던 거 걸려서 그런지 후다닥 창틀에서 내려오다가 이미 입에 들어가있는 풀이 잡아댕겨지면서 뿌리 박힌 흙과 화분이 통째로 낙하함. 야야!!!!
언니한테 달라고 하지 왜 몰래 뜯어먹다가 이런 사태를 벌이냐, 니가 이거 다 치울거냐, 뭐 이러면서 혼냈지.
December 21, 2025 at 2:09 PM
리프트를 한 열 번은 탔어. 그렇게 타는 동안 익숙해 질 만도 한데, 즤믽인 마지막 눈 많이 쌓여서 땅에 가까운 곳 빼고는 믽졍이 어깨에 찰싹 달라붙어서 벌벌 떨더라고.

"그렇게 무서우면 리프트 타지 말고 요 아래서 쫌만 타다가 숙소 가던가. 언니 쉬게."
"안돼애! 믽졍이 힘들어?"
"어어..."
"그럼 안 탈래...믽졍이 쉬어..."

시무룩하게 바닥에 주저앉아선 장화신은 고양이 눈빛으로 믽졍이를 바라보는 애를 두고 그래 알았어 좀 쉬고 올게. 이럴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
December 21, 2025 at 2:09 PM
"여기 눈 엄청 반짝거리는데, 진짜 안 볼거야?"
"안무서워?"
"응. 거의 다 와서 안 높다니까? 나 못 믿어?"
"믽졍이는 믿지이..."

조심스럽게 잡고 있던 믽졍이 옷자락 놔준 즤믽이. 아까 진짜 무서웠는지 애 코도 빨갛고, 눈가도 빨개. 운 것 같진 않지만 눈물 날 뻔 했나봐.
슬쩍 고개 들고 주변 보기 시작하더니 괜찮은가 봐. 믽졍이...여기 너무 예뻐...눈 조아...
그렇게 말하는 애 얼굴이 겨울 오후의 햇빛에 반짝거려. 즤믽아, 너도 예뻐. 여기서 네가 제일 예쁘다.
December 21, 2025 at 1:56 PM
솔직히 조금 아찔한 높이인 곳도 있긴 한데, 이렇게 무서워 할 정도인가?

"고양이는 높은 데 좋아하지 않아? 너 책장 위에도 올라가고 그랬잖아."
"거긴 2미터도 안 되잖아아...그리고 이 높이에서 떨어지면 즤믽이 주거어-"
"밑에 망 있어 즤믽아."
"그래도! 주거! 내 심장이! 믽졍이 두고 죽기 시러어-!!"

믽졍이보다 조금 더 기다란 몸을 꾸깃꾸깃해선 믽졍이 품에 얼굴을 묻고 절대 다른데는 보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야. 콩장아, 언니 멱살은 좀 놔줄래...?
December 21, 2025 at 1:56 PM
딱 지꺼인 털모자 사고 신난 유즤믽. 따땃해~ 하면서 좋아해. 근데 파란색 모자 보더니 믽졍이는 춥겠다. 힝. 이러더라고.

"괜찮아. 난 내꺼 있으니까."

주머니에서 챙겨온 털모자 꺼내 썼더니 즤믽이가 좋아하는 파란색! 믽졍이 귀여워! 하얀 눈사람같애! 이러면서 호들갑 떨어준다. 뭐래, 고양이 귀 털모자 쓰고 지가 더 귀엽지.
December 21, 2025 at 1:56 PM
"믽졍이 이거바."
"응...?"

고양이 수인이 고양이 귀 같이 양 옆이 뾰족한 털모자를 쓰고 거기다가 에어팟 콩나물 대고 있는 게...
김콩장 모습으로는 볼 수 없는 쟤의 매력이랄까?

"지금 그래서, 그 털모자가 갖고 싶다는 거지?"
"웅!"

원래 목표였던 캡모자랑 털모자도 사고 신나서 집에 옴.
December 21, 2025 at 1:56 PM
스키장에 도착한 믽졍의 눈에 에멜븨 매장이 보여. 그리고 거기 전시된 털모자가 바로 눈에 들어오지.
뭐야, 저거 김콩장 씌우면 딱인데...?

"웅? 믽졍이 모자 사게?"
"한번 볼라고."

얘 유명해지면 모자 많이 쓰고 다니겠지? 믽졍은 일부러 털모자랑 좀 떨어진 곳에 있는 캡모자부터 좀 보기 시작해. 왜냐면 이미 저 털모자는 사주기로 마음 먹었거든.
December 21, 2025 at 1:56 PM
강습 1시간 받고, 서너번 오르락 내리락 해서 믽졍이는 잔뜩 지쳤는데, 쟨 믽졍이 보드까지 양 팔에 끼고 믽졍이 왜 안 오냐고 저 앞에서 소리 지르는 중이야. 저렇게 좋아할 줄 알았으면 아예 저녁 리프트권도 끊을 걸 그랬나 봐. 그랬으면 믽졍이가 이렇게 지치진 않았을텐데...내일은 무조건 리프트다. 이러면서 헉헉거리며 즤믽이 쫓아가는 믽졍.

"아이고 잘 놀았다..."
"믽졍이! 나 눈 조아!"
"너 좋아할 줄 알았어. 근데 즤믽아, 스키장에 있는 거 가짜 눈인 거 알아?"
"머? 가짜? 왜? 어뜨케? 하늘에서도 눈 오는데?"
December 21, 2025 at 1:56 PM
쟤 또 저러네. 뭐가 저렇게 급하다고 저러는 건지. 김콩장 시절엔 그렇게나 우아한 깜고였으면서...

"믽졍이이-!"
"유즤미읹-! 너 또 신발!"
"그럴 이유가 이써!"
"뭔 그럴 이유야. 아무리 급해도 신발은 제대로 해야지."
"흥..."

믽졍이 잔소리쟁이. 투덜거리면서 쪼그려 앉아 자기가 내팽개친 신발 착착 정리하더니 다시 믽졍이이-! 하면서 방에 들어와.
December 21, 2025 at 1:56 PM
걔 세상이 나라서, 마음을 다 준 게 나라는데, 이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나도 너 좋아. 해도 되는 건가 싶고.
자기는 즤믽이를 연애감정으로 사랑한다기보다는 그냥 걔 옆에 다른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짜증나고 그러는 거잖아. 이건 그냥 소유욕에서 비롯한 집착 같은 거 아니야?

"나는 좋은데. 믽졍이가 나한테 집착 해 주는 거."
"이게 연애감정인지는 모르겠다니까? 그래도 좋아?"
"응."

결국 집에 온 즤믽이 앉혀놓고 사실대로 얘기함. 근데 그래도 즤믽인 좋대.
December 21, 2025 at 1:56 PM
걔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건 나고, 나여야 하고...
이래도 되는 거야? 되는 거...지?

[믽졍이 엄마 집?]
[아니 우리 집]
[왜 거기갔어?]
[그냥]

~~해서 너한테 대답 제대로 해 주라고 엄마가 날 쫓아냈어 라고 할 순 없었어. 안그래도 믽졍이 지금 엄마 집에서 쫓겨나서 집에 온 이후로 하루+반나절동안 유즤믽 생각 중임.
December 21, 2025 at 1:56 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