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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유증에 익숙해지는 과정은 과거를 인정하는 방식과 닮았다. 되돌릴 수 없음을 인정하고 더 이상 집착하지 않는, 미련 없이 현재를 받아들이고 다가올 일에 집중하는, 결국에는 자유로워지는 여정이었다. 묘한 감각도, 폭력의 기억도 결국 지나간 자리에 남은 흔적이다.”

- 몸을 두고 왔나 봐. 전성진.
December 12, 2025 at 1:14 AM
”콤플렉스는 자기 자신이 너무 싫은 나머지 모두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려고 하는 욕심이다.“
- 여름은 고작 계절. 김서해
November 18, 2025 at 5:11 AM
“지루함이 없는 문화는 과거에 틈새 시간을 활용하던 백일몽을 약화시킨다. 생산성과 유용성을 중시하는 시대에 백일몽은 케케묵은 용어처럼 보인다. 그러나 심리학자와 신경학자들이 발견했듯이 딴생각(곧 다가올 지루함의 첫 번째 신호인 경우가 많다)은 창의적인 정신이기도 하다.”

- 경험의 멸종. 크리스틴 로젠
October 9, 2025 at 12:40 PM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서 숨 막히는 ‘말’들이 있다는 걸 아니까, 이 고요의 성질에 질식이라는 성분이 있다는 걸 아니까, 어디로도 가지 않고 이렇게 유지하는 고요가 그래도, 그래서, 나는 좀 징그럽습니다.”
- 일기. 황정은.
September 28, 2025 at 1:16 PM
“쓸모를 증명하라고 말하는 세계에 저항하려고.”

- 토막 난 우주를 안고서 中 비구름을 따라서. 김초엽.
August 29, 2025 at 1:08 PM
“아마 자기들을 ”케이트와 테드“라고 부르라고 할 거야. 완전히 미국식으로 동등하게 말이지. 하지만 항상 ”선생님“과 ”사모님“이라고 불러야 해. 그들은 또 네게 ”자기 집처럼 편히 있어요”라고 할 거야. 하지만 정말로 네가 자기 집처럼 편히 있는 걸 원하는 건 아니야! 그 곳은 네 집이 아니라 그들 집이고, 그들은 네 친구가 아니니까. 그들은 네 의뢰인이야. 그뿐이야.“
- 베이비 팜. 조앤 라모스.
August 2, 2025 at 3:42 AM
“우리는 함께 영화 속 인물이 될지도 모른다. 플로렌스 퓨가 내 역할을 맡고,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의 그 배우가 아테나 역을 맡으면 좋을 것이다.”
- 옐로페이스. R. F. 쿠앙.
July 9, 2025 at 2:09 PM
“앞으로는 틀리지 않을꺼야. 나는 자네들을 덩어리로 보지 않네.”

- 설자은, 불꽃을 쫓다 中 화마의 고삐. 정세랑.
June 20, 2025 at 6:23 AM
““OECD 회원국 전체의 평균을 냈을 때, 남자는 하루 141분 집안일을 하고 여자는 273분을 일한다. 거의 두배에 달하는 시간이다.” 대한민국은 여섯 배 이상이다. 여성이 아이를 낳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남성이 가사 노동을 절대로, 죽어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 다시 페미니즘의 도전. 정희진.
June 16, 2025 at 12:55 PM
“아무리 인기가 많다고 한들 아이돌 개인에게 대통령에 준하는 책임을 지우려는 것은 아니다. 탄핵을 시키겠다는 것도 아니고, 재산을 몰수하겠다는 것도 아니며, CIA에 신고할 생각도 당연히 없다. 다만 나는 여태껏 동일시하며 좋아했던 스타들을, 정말로 하늘의 별만큼이나 멀어진 그 사람들을 이제는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도무지 감을 잡지 못할 뿐이다.“
June 9, 2025 at 12:42 PM
"훌륭한 교육이란 식탁보에 소스를 흘리지 않는 데 있는 게 아니라, 누군가 다른 사람이 소스를 흘려도 모른 체하는 데 있지요."
- 다락방이 있는 집. 안톤 체호프.
June 2, 2025 at 2:29 PM
“마요네즈 범벅의 감자 샐러드를 좋아해서 걱정이다
달고 진한 카페라테를 좋아해서,
비건이 못 되어서,
국회의사당에 검은 헬기가 날아오던 그 밤이 안 끝날까봐,
역사가 건망증 환자일까봐서 걱정이다
오늘밤 별이 지는데 한 사람을 죽여달라고 기도했다
내가 정말 걱정이다”
- 걱정의 소유자. 진은영.
May 26, 2025 at 3:02 AM
“1인 가구, 비혼의 증가는 고립을 택하는 시민들의 증가가 아니다. ‘고독사’와 같은 사회적 고립의 원인이 1인 가구와 비혼인 것도 아니다. 이들의 등장과 증가는 ‘그 가족’을 넘어서 새로운 관계를 추구하겠다는 선언, 즉 결혼과 혈연 아닌 방식으로 연대하고 유대감을 형성하겠다는 시민들의 출현이다. 사회적 고립은 삶의 모든 영역에서 가족을 소환하는, 가족돌봄을 당연시하는 사회가 강제하는 것이지, 고립을 택하는 이들이 존재하기 때문이 아니다.”
- 가족을 구성할 권리. 김순남.
May 23, 2025 at 11:34 AM
“내가 정말 ‘인간’을 사랑하는지 알아내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어쩌면 글을 쓰는 이상 죽을 때까지 고민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을 알아내려고 글을 쓰는 것인지도 모른다.”
- 어떤 어른. 김소영.
May 3, 2025 at 4:36 AM
“경계에 선다는 것은 혼란이 아니라 기존의 대립된 시각에서는 만날 수 없는 다른 세계로 이동하는 상상력과 가능성을 뜻한다. 대립은 서로를 소멸시킬 뿐이다.”
- 페미니즘의 도전, 정희진.
May 2, 2025 at 5:41 AM
“그런데 이제 나는 네가 골목 안으로 들어가 다시 나타나지 않는다 해도 울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아. 눈앞에 출구가 보이지 않을 때 온 힘을 다해 다른 선택지를 찾는 건 도망이 아니라 기도니까. 너는 너의 삶을 살아, 채운아. 나도 그럴게. 그게 지금 내 간절한 소망이야.”
- 이중 하나는 거짓말. 김애란
April 9, 2025 at 9:24 AM
“그들은 나를 자랑스러워했다.
나도 내가 자랑스러웠다. 처음이었다.
나는 내 자신이 무척 사랑스럽게 생각되었다.
움츠렸던 어깨가 펴지며 새로운 꿈과 함께 자신감이 피어났다.”

-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 조승리.
April 8, 2025 at 4:43 AM
“이른 새벽, 친구로부터 도착한 문자를 한참 곱씹었다. 망명은 멍멍과, 또 명명과도 비슷한 발음이네, 라고 생각하며 헛헛하게 웃었다. 파시즘과 전쟁을 피해 망명했던 미술가들과 그들의 자화상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그들은 어떤 마음으로 낯선 땅에 도착한 자신의 얼굴을 그렸을까. 나는 그 마음를 모르고 살 수 있을까. 나는 어떤 시대를 살게 될 것 인가.
도착하기 전엔 절대로 알 수 없다.”

- 도착하기 전엔 절대로 알 수 없다. 이반지하.
March 21, 2025 at 2:05 PM
“영업을 다녀온 후에는 감사 엽서를 썼다. 시간을 내어 만나줬으니, 일을 주든 안 주든 먼저 감사 인사를 하는 게 예의 아닐까. 솔직한 마음을 담아 엽서를 보내자 얼마 지나지 않아 일이 들어왔다. 감사 엽서를 보내는 사람은 흔치 않다는 말을 들었다.
과연, 내가 영업을 받는 입장이 되어 생각해봐도 이왕이면 고맙다고 인사하는 사람에게 일을 주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사람은 의외로 그런 걸로 움직여주는구나 싶어서 기분이 밝아졌다.”
- 매일 이 곳이 좋아집니다. 마스다 미리.
March 13, 2025 at 1:33 PM
“몸에 들어온 것을 내장이 독으로 식별하고 되도록 빨리 체외로 배출하는 정교한 기술이 곧 설사라고 치과 의사가 가르쳐줬다. 머릿속에 뇌가 있음은 잘 알려져 있는데, 사실은 하반신에도 장이라고 불리는 또 하나의 뇌가 있어서 둘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땐 장의 의견을 우선시한다고 한다.”
- 헌등사. 다와다 요코.
February 26, 2025 at 1:23 PM
”성비 불균형에 해당되는 첫 세대가 성장하면서 성별 선택이라는 묵시적인 생물학적 차별은 성매매, 신부 매매, 강제 결혼 등 여성에 대한 더욱 가시적인 위협들을 불러와 상황을 악화시킨다. 한국과 타이완에서는 잉여 남성들이 베트님으로 일주일간 ‘결혼 여행’을 떠나 아내를 구한다.“
- 남성 과잉 사회. 마라 비슨달.
January 28, 2025 at 1:30 PM
“”악이 아무리 활개를 치더라도 선은 멸하지 않네. 단단 인형이 증거지.“

읽을거리, 이야기는 그런 증거를 마음의 눈에 비추기 위해 만들어진다. 언제였던가, 세상에는 어째서 이렇게 많은 책이 있는걸까? 하고 묻는 도미지로에게 간이치는 그런 대답을 해 주었다.

— 책은 세상에 있어야 할 증거를 싣는 배 같은 것입니다.”

- 청과 부동명왕 中 단단인형. 미야베 미유키.
January 8, 2025 at 12:34 PM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가리라 그리 마음먹고 가지만, 기실 바람이 아니다 보니 그물에 걸리면 생채기가 생긴다. 이렇게 부딪쳐 가다 보면 결국 그물이 찢길 터. 그리 믿고 씩씩하게 걷자. 그리고 내 뒷사람들이 아프지 않게 이 그물을 찢어버리고 말 테다.“
- 임은정. 계속 가보겠습니다.
December 25, 2024 at 12:28 AM
“얼굴 찌푸리지 말아요. 모두가 힘들잖아요.
기쁨의 그 날 위해 함께 한 친구들이 있잖아요.
혼자라고 느껴질 때면 주위를 둘러보세요.
이렇게 많은 이들 모두가 나의 친구랍니다.

우리 가는 길이 결코 쉽지 않을 거예요.
때로는 모진 시련에 좌절도 하겠지만
우리의 친구들과 함께 라면 두렵지 않아.
우리 모두 함께 손을 잡고.”

- 얼굴 찌푸리지 말아요. 작사 미상. 최창현 작곡.
December 8, 2024 at 10:24 AM
“언젠가부터 소위 말하는 ‘솔직함’이라는 것들에 지쳤다. 솔직함은 멋진 미덕이고, 나 역시 각별히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진실하려고 노력하며, 그런 사람들을 곁에 두곤 하지만, 솔직함을 무기 삼아 해서는 안 되는 말들을 여과 없이 쏟아내는 이들을 볼 때마다 일종의 환멸 같은 게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다. ”
- 다정소감. 김혼비.
December 3, 2024 at 9:01 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