랃님
raddy-2nd.bsky.social
랃님
@raddy-2nd.bsky.social
덕질 기록용
치히로 도와주는 그 순무 닮은 신이랑 숯검댕이들 졸귀탱이고, 2막 가오나시는 걍 호러였음. 일본이라는 나라가 만화적인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내는 일에 익숙해서 그런가, 진짜 그 좁은 무대 위를 있는 힘껏 사용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용은 이미 아니까, 내가 아는 장면들을 어떻게 실현했는지를 체크하는 재미가 쏠쏠했음. 작품과 별개로 무대에 관심있는 분들도 즐겁게 관람하실 수 있을듯. 대신 뷰는 무대 전체를 내려다 볼 수 있는 2층 앞열이 가장 좋을 것 같음. 자막 모니터는 여기저기 많긴 했는데 위치에 따라 어떻게 보일지 모르겠네.
January 12, 2026 at 2:23 PM
한창 일본 만화 덕질할 때 빠져살던 시절의 향수가 밀려와서. 뮤지컬과 다르게 노래는 그냥 특정 장면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한 브금처럼 사용됨. 주연배우의 솔로곡? 그런 거 없음. 그냥 장면을 고조시키기 위한 단체곡이 한 5곡 정도. 무대 디자인부터 구성까지 매우 훌륭함. 동선도 신선하고, 무대위에 다인원이 동시다발적으로 움직이는 장면이 많아서 여기저기 바쁘게 눈을 굴리며 구경하는 맛이 있었다. 쿠로코 분들이 열일하셨고, 그 유바바 부하중에 초록머리 삼총사 역할 하는 배우님이 등장하셨을 때 좀 당황함. 내가 저 복장을 여기서 또 보네.
January 12, 2026 at 2:23 PM
그리고 무대가 끝내줬다. 개막 전에 스케치 뜬거 보고도 감탄했는데 실제로 보니 진짜 대박이더라. 근정전이랑 바티칸도 오졌는데, 그 외에도 자잘하게 바뀌는 무대 디테일과 프로젝터로 쏘는 영상의 조합이 보는 재미가 있어서 좋았다. 엔딩부분에 무대가 확장되는 포인트가 매우 좋았음. 대극장에서 한복 보기가 쉽지 않은 터라 의상 보는 재미도 있었고. 다만, 역사를 배경으로 한 창작소설이 기반인지라, 시작 전에 그에 대한 안내가 있었으면 어떨까 싶긴 했음. 뭐, 국뽕이 차긴 하는데, 8세 관람가인 만큼 잘못된 역사관을 심어줄 수 있으니까.
January 12, 2026 at 1:49 PM
스뤀님 표현을 빌리자면 강약조절 없이 모든 장면이 강강강으로 이어져서 오히려 클라이막스 없이 지루한 느낌이 있었다고. 아마 이게 호불호를 나누는 가장 큰 요인이 아닐까 싶음. 분명히 사건사고가 없는 건 아닌데, 책 파라락 넘기며 건성으로 읽듯 장면을 깊게 들여다보고 이해할 여유가 없다는 느낌은 확실히 있었다. 넘버는 믿음의 이성준 감독님이라 좋았다. 멜로디가 뇌리에 남아서 계속 흥얼거리게 되는 느낌. 프랑켄 넘버의 멜로디가 떠오르는 곡이 꽤 되서 내심 반갑기도 했다. 얼른 앨범 내주라. 뮤지컬은 초연뽕이라는 게 있잖니. 얼른.
January 12, 2026 at 1:49 PM
전시는 원화전시가 메인이었는데, 원화의 컷분할을 그대로 따라 그린 후 일본어가 적힌 위치에 맞춰 한국어 번역을 적은 안내판이 하단에 붙어있었다. 이게 되게 불편했다. 몸을 구겨야 들여다 볼 수 있어서. 차라리 그냥 원화 옆에 한국어로 번역한 버전의 그림을 작게 붙여놨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어른의 사정이 있나? 아이돌과 콜라보 이벤트도 있던데 팬분들이 많이 오실듯. 군데군데 숨겨진 스탬프를 찾아서 팜플렛에 찍어가면 키링을 주는 이벤트도 있어서 야무지게 받았다. 어른이 되니까 더 와닿는 보노보노의 명언. 올해의 첫전시로 딱이었다.
January 12, 2026 at 1:11 PM
그렇지 블스야 가보자고!
December 30, 2025 at 4:35 AM
45. 마지막으로 죽은 괴물, 어쩌면 앙리를 끌어안고 빅터는 다시 위생창 리프라이즈를 부른다. 괴물 역시 엘렌이 그랬듯 죽은 뒤에야 바라던대로 빅터에게 안겨본다는 점이 이마를 치게 함.

"내게 저주를 퍼부어라. 신과 맞서 싸워. 나는... 나는..."

언제 겸손하게 회개했냐는 듯 다시 신에게 악다구니를 쓰면서, 하지만 스스로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듯 선뜻 자신의 이름을 외치지 못하고 망설이다가, 결국 신에게 알아달라는 듯 절규한다.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이름이 괴물의 이름으로 혼동된다는 걸 생각하면 더욱 유쾌한 엔딩임.
September 22, 2025 at 1:13 PM
43. 이것으로 빅터는 자신이 죽인 것이 괴물인지 앙리인지, 자신의 실험이 성공을 한건지 실패를 한건지 영원히 알 수 없게 되었다. 자신이 죽인 것이 괴물이라면 살인을 한 것은 아니지만 실험은 실패인 것이고, 자신이 죽인 게 앙리라면 실험은 성공했지만 제 손으로 친구를 다시 죽인 게 된다.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나락만이 기다리고 있다.

44. 근데 빅터는 결국 앙리의 이름을 부르고 만다. 살인의 죄책감보다 혼자가 되는 공포가 더 컸던 게 아닐까. 괴물이 그랬던 것처럼. 괴물이 바랬던 대로. 빅터는 홀로 미쳐서 서서히 죽어가겠지.
September 22, 2025 at 1:13 PM
41. 하지만 이때의 빅터는 몰랐지. 괴물의 복수는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북극은 괴물이 까뜨린느에게 배운 이상향이기도 했지만, 자신 외에는 살아있는 존재가 없어서 자신이 사람인지조차 잊게 된다는 곳이었다. 그리고 괴물은 그런 북극에 홀로 탈출할 수도 없는 빅터를 혼자 살려둠으로서 빅터를 사람이 아닌 존재, 어쩌면 자신과 같은 괴물로 만들어 놓는데 성공한다.

42. "빅터. 내 친구야. 이해하겠어? 이게 내 복수야." 하는 괴물의 마지막 대사. 창조주가 아니라 내 친구 빅터. 진짜 빅터 정신까지 자근자근 밟아놓는 천재만재 괴물이.
September 22, 2025 at 1:13 PM
39. 줄리아까지 잃고야, 새로운 구원자이자 생명의 주체자가 되겠다던 오만한 빅터는 신이 계신다면 들어달라며 스스로를 "나약한 한 인간"이라고 칭하며 회개한다. 마치 신(괴물)에게 벌을 받은 것처럼.

"돌이켜 보면 지난 세월들. 모두 내 이기적인 욕심뿐. 두 눈을 가리고 내 야망을 쫓아왔네. 이제는 후회해도 되돌릴 수가 없어. 용서받지 못할 내 실수들."

40. 괴물을 괴롭힌 건 외로움이었고, 자신이 아팠던만큼 빅터에게 돌려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빅터는 더는 그의 고통에 울어줄 사람도, 알아줄 사람도 없는 오롯한 혼자가 됐다.
September 22, 2025 at 12:45 PM
38. 나는 이 아이가 괴물 안에 남은 앙리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함. 괴물이 가진 인간적인 면모이자 빅터와의 인연의 상징. 가사 속의 "인간"은 빅터겠지만, 그와 함께 실험을 하던 앙리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니까. 그래서 아이를 죽인 후, 이야기의 주인공이 "괴물"로 바뀐 걸 수도 있겠다 싶다. 복수를 결심하고, 제 안의 인간성을 죽이고, 진짜 괴물이 되기로 결심하는 장면이라고. 아이를 죽이고 인격이 하나가 되면서, 처음 아이가 그랬던 것처럼 괴물이 홀로 남아 우는 걸 보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September 22, 2025 at 12:45 PM
36. 여기서 괴물이 분노한 이유는 하나 더 있을거라고 생각하는데, 빅터가 룽게는 살리려하지 않았다는 것임. 빅터는 자신이 죄책감을 느끼는 죽음에 한해서만, 그걸 지우려는 듯 생창을 시도함. 이미 되살린 앙리가 앙리와는 다른 존재임을 알면서도. 진짜 엘렌이 살아나고 말고는 뒷전인 것처럼. 결국은 이것마저 자기 욕심인 것임.

37. 호숫가에서 빅터를 자신의 "친구"라고 부르며 길잃은 아이에게 그의 이야기를 해 주고, 결국 빠트려서 죽일 때, 그 아이는 제 3자일까, 심상세계의 어린 빅터일까, 사람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는 게 재밌음.
September 22, 2025 at 12:45 PM
34. 꿈속에서라도 누군가 자신을 안아주길 바랬던 괴물과, 언제나 자신을 따뜻하게 안아줄 품이 있었음에도 바보같이 잃어버린 빅터의 대비.

35. 번개가 치는 날을 예측해서 사건을 벌이고, 빅터에게 다시 생창 기계를 쓸 일이 생길거라는 암시도 하고, 빅터의 생각을 읽어 기계까지 박살낸 괴물. 그리고 분노하지. 이미 태어난 생명인 나는 죽이려 들면서, 아직도 정신을 못차리고 또 같은 일을 반복하려고 들어? 복수하려는 뜻도 있었겠지만, 생명을 만들어 낸 빅터보다 그 손에 만들어진 괴물이 더 생명윤리를 더 지키는 모습이 아이러니 함.
September 22, 2025 at 12:45 PM
33. 앙리와 처음 통성명을 했을 때 엘렌은, "빅터는 전쟁터에서도 꿈을 꾸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꿈에 동참하고 싶어서 빅터를 따라왔구요."라는 말에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임. 동생이 잘 지냈다는 게 기뻐서.

"언젠가 우리 만나는 그 날에, 멋진 너의 꿈을 보여주렴. 그날에 내가 널 꼭 안아줄 테니까."

근데 빅터는 돌아와서 한번도 엘렌에게 동생을 안아줄 기회를 주지 않았고, 엘렌이 죽은 뒤에 회상 속에서 그제야 "누나 가지마"하고 자기가 먼저 끌어안음. 하지만 이미 죽은 엘렌은 동생을 마주 안아줄 수 없지.
September 22, 2025 at 12:45 PM
32. 빅터가 엘렌에게도 벽을 세우는 이유는 어릴 때 누나가 자신을 매정하게 홀로 떠나보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텐데, 엘렌이 죽고 어른이 되어 다시 본 그 시절의 엘렌은 빅터에게 미안하다고, 자신도 지금은 어쩔 도리가 없다고 사과하고 있었음. 홀로 서야 할 동생을 걱정하고 그러면서도 그가 잘해낼 것을 믿고 응원했음. 그리고 동생을 떠나보내고 뒤돌아서는 혼자 엉엉 울었지. 빅터는 아이의 눈에는 보이지 않던 그날의 진실을 누나가 죽고서야 알아차림. 너무 늦게.

"하지만 기억해. 넌 특별해. 세상 그 누구보다 멋진 꿈을 꿀 수가 있어."
September 22, 2025 at 12:45 PM
30. 앙리가 자기 대신 법정에 섰을 때 빅터는 죽음이 두려운 게 아니라고 했지만, 실은 두려운 게 맞았겠지. 진심으로 제 손에 앙리의 목이 들어오기를 바래서 침묵했다기 보다는, 죽음이 두려운 걸 인정하기 보다는, 자기가 살아남으면 앙리도 되살려 줄 수 있으니까 차라리 이대로 두는 편이 낫다고 자기합리화 하는 편이 더 빅터의 성격에 맞았을 뿐.

31. "하늘을 봐. 바람이 분다. 이제 곧 번개가 치겠지." 빅터도 바로 알아듣지 못할 정도로 돌려 말하기도 가능하게 된 괴물. 3살에게 이런 능력이 있다니, 더더욱 신에 가깝지 않아?
September 22, 2025 at 11:24 AM
29. 빅터가 이성적인 인물이었다면, 또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는 인물이었다면, 자신과 문제없이 대화가 되는 존재를 그저 제 사람을 죽였다는 이유로 괴물로 보고 죽이려 들지는 않았겠지. 오히려 빅터 앞에서도 차분하게 우선 자신의 이야기를 먼저 들으라던 괴물이 더 이성적임.

"넌 네 욕심 때문에 네게 헌신적이던 친구의 개죽음을 방관했어. 그게 아니라면 그 실험일지는 대체 누가 썼지?"

도박장에서 도망친 이후로 뭘 하고 살았는지 내가 더 궁금해질 정도로 똑똑하고 말도 잘함. 반면, 빅터는 더 낮은 곳에서 짐승처럼 사족보행 함.
September 22, 2025 at 11:24 AM
27. 3년전에 잃어버렸을 연구일지를 결혼식날에 찾고있는 정신머리를 보면 담요를 잃은 라이너스처럼 극도의 불안감에 쌓여서 산 것 같다만. 줄리아, 좀 더 나은 선택을 할 순 없었니?

28. 말도 못하던 괴물이 3년만에 처음 인사했는데, 빅터가 한다는 말이 "대체 무슨 짓을 한거야?" 빅터가 괜히 뮤지컬계의 금쪽이가 아니었음을. 근데 괴물의 답변이,

"차라리 이런 걸 더 궁금해 해야하지 않을까? 어떻게 살았으며, 말은 누구한테 배웠으며, 또 어떤 능력들을 터득했는지."

빅터가 괴물을 생명으로 봤으면 응당 궁금해 했을 질문들.
September 22, 2025 at 11:24 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