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식성서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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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좋아합니다. 그것이 무엇이건 개연성 있는 서사라면 OK
늙은 미즈키의 수기 3
황혼이 부스러져 사라진 시간,
가로수조차 없는 오래된 무덤은
쓸쓸함을 두르고 고고히 서 있다.
이름도 알 수 없는 누군가의 묘.
꽃을 얹고 합장을 하면서
키타로가 이 묘지에서 기어나왔을 때를 떠올린다.
아마도 키타로의 부모와 관련된 묘 이겠거니 생각하며,
당신의 아이는 잘 자라고 있다고 가만히 기도한다.
그러고 있으면 알 수 없는 충만함이 자신을 채운다.
그 충만함은 몇 번이고 자신을
이 곳에 다시 오게 만드는 원동력이고,
이제 몇 없는 삶의 보람이었다.
December 2, 2024 at 12:46 PM
늙은 미즈키의 수기 2
로시난테를 타고 풍차를 향해 달려드는 돈키호테의 호기로움으로
체중을 버텨줄지 의심스러운 지팡이를 하나 틀어 쥐고 나아간다.
미련도 없는 주제에 죽음이 느껴질 때면 키타로를 만난 장소로 간다.
무덤을 뚫고 기어 올라온 녀석의 생명력에서 위안을 얻는 것일까?
오늘도 어째서인지 이유도 모르고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한걸음, 한걸음...
조금씩 걸음을 옮길 때 마다 세월이 자신을 짓누르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무덤으로 가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고 나면,
언제나 어떤 어려움이 심장을 죄여와도 걸어갔다.
November 21, 2024 at 12:02 PM
늙은 미즈키의 수기 1
서리낀 공기가 채찍처럼 날름거리는 겨울,
일흔이 넘은 몸뚱이는 살과 뼈로 이루어진 육신이 아니라
나무등걸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말을 듣지 않는다.
옥쇄를 명령받은 군대에서조차 살아남았던 지난날의 젊음이 그리워져도
어쩔 도리없는 세월을 돌이켜보려는 듯 숨을 깊이 몰아쉰다.
아아... 키타로도 떠나보내고 더이상 미련이 없을 터인 이 망자는,
오늘도 어째서인지 과거를 돌아본다.
늙음을 이겨내려 한다.
그러기 위해 다시 숨을 깊이 삼키고, 몸을 일으킨다.
November 19, 2024 at 1:39 PM
글 연성이라는거 누가 한게 보이지도 않고 하는법도 안보이던데 어떻게 하는건가요?
블로그 같은데 쓰고 연동하는건가...
November 15, 2024 at 3:31 AM
어쩌다보니 계정까지 만들어버렸는데 여기저기 눈팅하고 다니는 계정입니다.
November 13, 2024 at 12:56 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