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환경을 이야기할 책들
교수님이 디지털 환경에 대해 수업할 책을 세네권 골라보라고 하셨다. 내가 잘 아는 책으로 내가 이야기하기 즐거워할 책으로 골라보라고 했다. 그때 바로 생각난 것은 Aden Evens의 디지털과 그 불만이라는 책이었다. 내가 읽어 본 책들 중에서는 가장 디지털에 대해 본질적으로 철학적인 관점에서 질문하는 글이었고 그리고 또 들뢰즈적인 관점에서 풀어나가기에 더 흥미로운 책이었다. 아마 수업을 준비하면서 이 곳에 글을 더 써보지 않을까 한다. 대략적으로는 디지털 환경이 이진법으로 잘못이해되어 왔으며 이를 creativity의 근본적인 힘으로 개념화되는 contingency라는 개념과 함께 질문하는 글이다.
> 디지털에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떨쳐낼 수 없는 그 느낌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우리의 기기들은 너무나 훌륭하지만, 스마트폰과 컴퓨터 앞에서 시간을 보내고 나면 우리는 왜 씁쓸함과 무기력함, 그리고 소외감을 느끼는 것일까? 『디지털과 그 불만(The Digital and Its Discontents)』은 이러한 불안을 독창적으로 설명하며, 우리의 디지털적 삶과 비디지털적 자아 사이에 더 만족스러운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길을 제시한다. 이는 우리가 기술을 삶에 받아들이는 방식에 있어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길이다.
> 저자 에이든 에반스(Aden Evens)는 보편적인 기술 원리들, 특히 '이진 논리(binary logic)'를 분석하여, 이러한 원리들이 특정한 사고방식은 조장하는 반면 다른 방식들은 더 어렵거나 불가능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어떤 디지털 기계도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영역은 바로 **'우발성(contingency)'**이다. 이는 모든 규칙을 거부하는 존재론적 원칙이다. 인간이 디지털 기계를 통해 우리 자신 및 세상과 더욱 깊이 관계 맺을수록, 우리는 우발성으로부터 멀어지게 된다. 그 결과, 삶의 가장 창의적이고 새로운 가능성의 원동력이 되는 '우연'과 '예기치 않은 것'들을 우리 삶에서 추방하고 있다.
두번째 책은 2009년이라 살짝 오래된 책이지만 디지털 환경을 역사적 관점에서 프레임으로 풀어보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했다. 아마 역사적 흐름으로는 Evens의 책보다 먼저 읽는게 좋을 테지만 내가 보기에는 이후에 읽는 것이 좋을 것 같은 Anne Friedberg의 가상의 창문이란 책이다. 작가는 르네상스 회화부터 현대의 컴퓨터 윈도우까지 '창(Window)'이라는 개념의 역사를 다루고 있으며 이는 컴퓨터 운영체제 윈도우와도 연결된다.
> 레온 바티스타 알베르티는 『회화론(De pictura)』(1435)에서 화가들에게 그림의 프레임을 '열린 창'으로 간주하라고 유명한 가르침을 남겼습니다. 알베르티의 이 은유를 출발점으로 삼아, 프리드버그는 건축적 창의 역사, 유리와 투명성의 발달, 그리고 사진, 영화, 텔레비전, 디지털 이미징 장치의 등장을 다루며 원근법적 패러다임의 변화를 추적합니다. 알베르티의 은유적 창인 '단일 시점 원근법(Single-point perspective)'은 현대 회화, 현대 건축, 그리고 동영상 기술에 의해 오랫동안 도전을 받아왔습니다.
> 그러나 프리드버그는 20세기의 대부분 동안 동영상의 지배적인 형태는 여전히 '단일 프레임 속 단일 이미지'였다고 지적합니다. 예컨대 입체파(Cubist) 회화로 대표되는 파편화된 모더니즘은 주로 실험적이고 전위적인(아방가르드) 작업에 국한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러 개의 '창'이 공존하고 겹쳐지는 컴퓨터 스크린 위에서, 원근법은 마침내 종말을 맞이했는지도 모릅니다.
사실 나는 그녀의 결론에는 그다지 찬성하지 않는 편이다. 원근법은 과연 종말을 맞이했는가? 오히려 다른 방향으로 강화된 것은 아닌가? 그리고 이는 Evens의 책을 읽으면 어떤 방향으로 강화된 것인가 하는 질문이 생겨나게된다.
세번째 책 Giuliana Bruno의 Atmospheres of Projection은 그렇다면 디지털 환경 속에서의 이야기들이 어떤 방식으로 확장되어갈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담은 책이 될 수 있다. (물론 작가가 그런 방향에서 접근하는 것은 아니다)
> 문화사, 시각 연구, 그리고 미디어 고고학을 결합하여, 브루노는 투사(projection), 분위기(atmosphere), 그리고 환경의 상호관계를 고찰한다. 그녀는 시각 문화 속 '투사'와 '분위기'의 역사를 탐구하며, '대기적 사고(atmospheric thinking)'와 '원소적 미디어(elemental media)'를 사용하여 투사적 상상력을 재발명하고 있는 현대 예술가들에게 이 역사가 갖는 지속적인 중요성을 조명합니다.
이렇게 디지털 -> 프레임 -> 공간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마 이 Christopher Bardt의 The Feeling of Space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서 여러 가지 형태의 공간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 플라톤 시대부터 디지털 시대에 이르기까지, 삶을 하나의 '공간적 프로젝트'로 형성하려는 인류의 열망에 대한 풍부한 도판이 수록된 탐구. '장소(Place)'는 실재하는 것이지만, '공간(Space)'은 일반적으로 추상적이고 비물질적인 것으로 인식됩니다. 크리스토퍼 바트는 『공간의 감각(The Feeling of Space)』에서 이러한 해로운 현대적 이분법을 탐구하고, 역사적으로 우리의 공간 감각을 비물질화해 온 모순된 충동들을 추적합니다. 그 충동이란 바로 두려움과 경이, 무한함과 친밀함에 대한 갈망, 그리고 자율성과 소속감에 대한 욕구입니다. 바트는 풍부한 도판과 더불어 예술, 기술, 철학에 대한 고찰을 통해, 만약 우리가 공간을 먼저 **'느끼는(feeling)'**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면, 공간을 우리의 상호주관성(intersubjectivity)—즉, 의식적이고 무의식적인 생각의 교환—에 주체성(agency)을 부여하는 '실체'로서 다룰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너무 디지털에서 확장되었나 하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일단 이 네권의 책을 정리해보면서 수업을 하면 흥미로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