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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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ᘌꇤ⁐ꃳ 三♥
먼 곳을 내다보는 눈은 언제나 사람을 불안하게 만들지. 내가 가장 좋아했던 그 애의 크고 짙은 눈동자는, 그런 의미로 나를 가장 괴롭게 하는 부분이기도 했다.
October 23, 2025 at 3:32 AM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나무의 뿌리에라도 가닿으려던 그 애의 마음을 무엇으로 꺾을 수 있었을까 싶다.
어떤 것도 안 됐을 거야. 지상이 황무지라고 하더라도 어쩌다 남은 들꽃 한 송이에 그 애는 모든 걸 가진 듯 행복해했겠지. 세계를 지배한 절망보다 나약하게 핀 희망을 사랑했을 테니까.
October 23, 2025 at 3:19 AM
자격이 되지 않는다고 정확하게 말해주고, 지상의 식물은 책에 나와 있는 것과 다르다는 걸 알려줬어야 했는데. 과거는 우주와 같아서 우리는 걸어 그곳에 갈 수 없고, 네가 꿈꾸는 아름다움은 만질 수 없는 별과 같아서 실체를 마주하기 위해 걸음을 내딛는 순간 실망만 가득할 거라는 걸.
October 23, 2025 at 3:17 AM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문장으로 옮겨지는 순간 전부 마음에 있을 때보다 가볍게 느껴졌다. 차라리 말로 직접 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그래서 마르코는 한 줄을 옮겨놓고, 옮겨 적지 못한 무수한 말들을 밤새 중얼거렸다.
September 30, 2025 at 4:24 PM
“모험과 도망.”
하나는 대범했고 하나는 조급했다.
“발견과 추방.”
하나는 위대했고 하나는 초라했다.
“미지의 세계와 타락한 세계.”
하나는 신비로웠고 하나는 두려웠다.
“우린 산 채로 묻힌 거야.”
우리의 세계는 조급하고, 초라하고, 두려웠다.
“이런 걸 산송장이라고 한단다.”
September 23, 2025 at 3:38 PM
너무 재밌어서 앉은 자리에서 다 읽음⋯⋯. 왜 한국에서 절판되었는지 알만한 살~짝 징그러운 구시대의 그것이 좀 남아있기야 했지만 재미있었어⋯⋯. 셰리의 종말이라는 후속작도 있다는데 번역 예정은 없나? 흠
September 23, 2025 at 2:18 PM
중간 감상!
⋯⋯한국이랑은 정서가 안 맞는 것 같음.
September 10, 2025 at 8:36 AM
기승전결이 완벽한 정말 아름다운 이야기였어⋯⋯.

토막 난 우주를 안고서 끝. 이 작가의 소설집 궁금해.
September 10, 2025 at 5:43 AM
I’m Not a Robot

프래으의 집 뒤편에는 그들을 쌓은 무덤이 있었다. 말라붙은 계곡을 물길 대신 철과 기름으로 가득 메운, 인간을 닮았으나 인간 아닌 것들의 높다란 무덤이. 랜슬롯이 마지막 남은 로봇이었다.
September 10, 2025 at 5:20 AM
오류와 낙오의 끝에는 결국 성공이 탄생하니, 삶은 헛되지 않았다. 뜨거웠다. 한순간에 열이 솟구쳤다. 내 모든 혈액이 바싹 말라갔다. 나는 열로 태어나 죽는 순간에도 열을 잃지 않았다.
September 9, 2025 at 6:36 PM
생명체는 열을 갖고 태어나 종래에는 열을 잃고 죽는다. 사는 동안 우리는 서로 다른 불에 데고, 또 그 불을 꺼트린다. 하나의 군불로 합치기도, 잔불로 흩뿌려지기도 한다. 그러니 내게 남들보다 더 열렬히 타오르는 집착 같은 불씨가 있었다고 한들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겠다. 나는 사랑을 알기 위해 타올랐던 조금 다른 불씨였겠지. 삶을 채웠던 갈증이 부끄럽지 않았다. 내가 겪은 모든 오류는 탐구의 증거이자 오늘의 깨달음을 위해서였다.
September 9, 2025 at 6:35 PM
우전자나 알레르기의 유무 따위가 아니라, 과거 내가 받았던 상터가 그녀의 영혼까지 훼손하지는 못했음이 우리의 차이인 1퍼센트이길 바랐다.
September 9, 2025 at 6:31 PM
매일 밤 몰래 낙서했을 존재들을 상상했다. 그 마음을 헤아리는 일이 버거웠다. 낙서를 그린 사람만이 펜을 움직였을 때의 서글픔을 알 것이다.
September 9, 2025 at 6:28 PM
방법을 찾지 못해 불면에 시달리던 어느 새벽, 문득 깨달았다. 어려운 감정들을 활자로 꾹꾹 담아내면 하루에 가속이 붙는다는 사실을. 시를 쓰면 언제나 밤이 왔다. 옛날의 나는 외로움과 맞서 싸우는 날마다 시를 씀으로써 하루와 서둘러 작별하곤 했다.
September 9, 2025 at 6:28 PM
후디니는 끝내 문고리를 잡았다. 동그란 쇠가 움직였다. 초침 소이를 짓뭉개 버리는 마찰음. 문밖으로 보이는 세상의 빛. 바라지 않는 방향으로 가는 시선. 떠나감이 나의 오감을 관통했다.
September 9, 2025 at 6:04 PM
좀 더 사랑의 진원에 닿아야 했다. 한 번쯤은 사랑에 대한 모듬 개념을 전복시키고, 모조리 불태운 다음, 완전한 무의 상태에서 숙고해 볼 필요가 있었다.
September 9, 2025 at 6:03 PM
제1성찰. 충분히 확실하지 않은 진실을 쉽게 믿어서는 안 된다. 명백한 거짓이라 평가된 것도 마찬가지다. 가진 모든 신념을 의심하는 일에서부터 진리는 시작된다. 명징한 진리를 가능케 하는 것은 끝없는 의심이다.
September 9, 2025 at 5:59 PM
나는 사랑의 진리를 탐색하는 강력한 수단으로 ‘의심’을 선택했을 뿐이다.
September 9, 2025 at 5:57 PM
아모 에르고 숨

자유를 원하지 않는 것들을 자연은 생명체로 취급하지 않는다.
September 9, 2025 at 5:55 PM
이 소설을 읽어준 당신에게 커다란 사랑을, 어디선가 싸우고 있는 당신에게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거대한 옹호를 바친다.
September 9, 2025 at 5:49 PM
작가의 말.

세상에 싸우는 사람이 너무 많앋. 아주 구체적인 불의와, 폭력과, 냉소와 싸우는 사람들이. 싸우는 사람들을 보면 매번 압도된다. 수많은 싸움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싸움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무도 편들어 주지 않는 싸움, 지기만 하는 싸움이다. 결과가 뻔히 보이지만 도망갈 수가 없어서 그만둘 수 없는 싸움이다.
September 9, 2025 at 5:49 PM
좋아하는 것, 특정한 날의 기억, 누군가의 별명을 가리키는 그들만의 언어. 오래되고 상호 약속된 간략하고 친밀한 말들. 길고 거추장스러운 설명이 필요 없는, 우정 어린 슬랭.
September 9, 2025 at 5:32 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