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딸🍓
byl0ve.bsky.so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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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랜 시간이 흐르고 다가온 첫 기일이 오면 백강혁은 그 애가 잠들어있는 납골당 가서 꽃 대신에 작은 쪽지를 하나 꽂아놓고 오겠지

[ 푹 쉬어라 영원히 1호 양재원 ]
May 26, 2025 at 1:14 AM
이후에 중증외상팀에는 펠로우가 들어왔어 그 펠로우 별명은 2호야 노예 2호. 펠로우 자기밖에 없는데 2호라고 하니까 그럼 1호는 누구냐고 물어보는데 백강혁 답은
- 있어 외상외과인데 항문 전문인 애 한 명
May 26, 2025 at 1:14 AM
이 와중에 마지막 줄 썼다가 지운 거 보고 울다가 피식 웃겠지 똑같은 편지 세 번 정도 읽은 다음에 고이 접어서 정장 안쪽 주머니에 넣은 다음 퉁퉁 부은 장미와 경원이 기다리고 있을 식당으로 향해
May 26, 2025 at 1:14 AM
May 26, 2025 at 1:14 AM
편하게 읽으라고 친구가 자리 피해주면 백강혁 한참을 편지 뒤에 적힌 [백강혁 교수님에게] 만 한참을 쳐다보면서 안에 적힌 내용에 대하여 생각하다가 편지 꺼내서 읽어보는데 첫 문장 읽자마자 백강혁 참았던 눈물 터져버리는 거야..
May 26, 2025 at 1:14 AM
우는 둘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일어난 친구는 표정 변화 없이 앞에 앉아있는 백강혁을 따로 부르겠지 그럼 백강혁 울고 있는 장미와 경원에게 휴지를 준 다음 친구 따라가면 품 안에서 편지 하나를 꺼내주는 친구겠지 뭔가 하고 쳐다보고 있으면 양재원이 쓴 편지라는 거 듣고 심장 철렁하겠지
May 26, 2025 at 1:12 AM
연락이 끊기기 전에는 항상 세 분 얘기를 했어요 다시 돌아가고 싶지만 돌아갈 수 없다고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자기같이 나약한 사람은 세 분 곁에 있을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재원이는 항상 돌아가고 싶어 했어요 병원으로 그리고 세 분 곁으로요
May 26, 2025 at 1:12 AM
새벽 늦은 시간에 장례식장은 고요했다 티 없이 밝게 웃고 있는 사진 속 얼굴 앞에 국화꽃 한 송이를 내려놓은 백강혁과 장미 그리고 경원 이 셋은 밥 한 숟가락 뜨지 못하고 가만히 앉아만 있었고 그 옆에 조용히 온 양재원의 친구가 해준 말을 들은 장미와 경원은 참았던 눈물을 터트렸다
May 26, 2025 at 1:12 AM
생각을 마친 재원이 아슬아슬하게 창문 난간을 밟고 올라간다 시원한 공기를 오랜만에 마셔서 기분이 좋아진 재원은 숨을 크게 한 번 들이쉬고 그대로 뛰어내리면 양재원의 영원한 자유가 시작된다
May 26, 2025 at 1:12 AM
그 따뜻했던 품이 그리운가? 그런 거 같기도 하다 이제는 영영 안길 수 없으니까 교수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참 많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으니 적어놓은 편지가 잘 전달되면 좋겠다 지금 생각해 보니까 너무 오글거리게 적었나 싶지만 모르겠다
May 26, 2025 at 1:12 AM
딱 한 번 백교수님이 안아주셨던 날이 생각난다 그때가 아마 처음으로 환자를 잃은 날이었나? 소리도 못 내고 우는 나를 교수님은 아무 말 하지 않고 안아주셨다 그리고 내가 눈물을 그칠 때까지 조용히 등을 토닥여주셨다 교수님의 품은 참 따뜻했다 왜 지금 그때가 생각나는 걸까
May 26, 2025 at 1:12 AM
아마 다들 사랑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러 가는 길이었겠지 그때 죽은 그 환자도 그런 환자였다 어머니와 함께 피크닉을 가던 아들만 줄줄이 태어나던 집안에 유일한 막내딸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런 소중한 자식을 나 때문에 잃으셨다
May 26, 2025 at 1:07 AM
아마 그 말은 양재원이 지금까지 병원에서 들었던 말 중에서 가장 상처였던 말이었을 거야 일어나서 한참을 가만히 침대에 앉아있던 양재원은 조용히 일어나서 베란다로 가 오늘따라 하늘이 맑고 투명해 이런 날엔 꼭 이쁘게 꾸민 환자들이 많이 들어왔던 거 같아
May 26, 2025 at 1:07 AM
조금 더 시간이 지나고 완전히 망가진 양재원 이제는 병원도 안 가고 약도 끊었겠지 요즘엔 아예 폰도 끄고 살았어 그렇게 완전 외부와 차단된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평소와는 다르게 백강혁이 꿈에 나온 날은 양재원 하루 종일 백강혁이 했던 마지막 말을 생각하겠지
May 26, 2025 at 1:07 AM
모든 걸 포기하고 살아갈 힘조차 잃어버린 양재원 상태는 하루가 지날수록 심해졌겠지 약을 먹고 하루 종일 잠만 잔다거나.. 하루 종일 멍하니 베란다에 서 있는 날도 있었어 친구에게서 가끔씩 하던 연락도 멈췄는데 걱정됐던 친구가 연락을 계속했지만 양재원은 절대 답장하지 않았어
May 26, 2025 at 1:05 AM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양재원 그냥 폰에 남아있던 연락처 전부 다 지워버리겠지 어차피 이제 다시는 병원으로 돌아가지도 못하는데 연락처를 가지고 있어봤자 좋을 게 없다고 생각했거든 병원 사람들이 자기를 기다릴 거라는 생각은 하지도 못하고 말이야
May 26, 2025 at 1:05 AM
폰 번호만 바꾼 거라 백강혁을 포함한 병원 사람들 연락처 다 그대로 남아있는데 양재원 절대 연락 못 할 듯 왜냐면 우울증인 걸 알게 된 사람들이 자기가 이렇게 나약한 사람이라는 걸 알고 실망했을 거라고 생각했고 백교수님은.. 마지막 날 했던 그 말이 진심이라고 할까봐 무서워서 연락을 못 했어
May 26, 2025 at 1:05 AM
한편 병원을 떠난 양재원의 상태는 별다를 게 없었어 도망가듯 떠나온 곳에서 모든 걸 내려놓고 쉬는 시간을 가지며 치료를 받았지만 증상은 호전되지 않았어 아직도 밤마다 잠을 못 자고 먹는 족족 토해냈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원 사람들이 그리운 순간들도 있었을 거야
May 26, 2025 at 1:05 AM
그렇지만 중증외상팀에 양재원의 흔적은 전부 남아있겠지 왠지 모르게 모두가 강한 믿음이 있었을 거 같아 언젠가 양재원이 다시 돌아올 거라고 그래서 백강혁도 2층 침대에 양재원이 쓰던 이불 배게 전부 그대로 내버려뒀겠지
May 26, 2025 at 1:05 AM
그리고 며칠 뒤 양재원의 사직서가 수리됐고 동시에 한국대병원과 중증외상센터 의사에서 양재원의 이름은 사라졌어 이제 이 곳에서 양재원의 자리는 사라진거야
May 26, 2025 at 1:05 AM
대충 알겠다고 대답 한 백강혁 혹시라도 양재원 소식 알게 되면 연락 달라고 본인 연락처 남기고 병원으로 향해 가서 장미와 경원 그리고 유림에게 상황을 설명해 주고 병원 복귀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말도 덧붙여주겠지
May 26, 2025 at 1:05 AM
백강혁 지금 생각해 보면 충분히 눈치챌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몇 개월이나 이걸 몰랐던 자신에게 화가 났지만 우선은 양재원을 찾는 게 우선이었기 때문에 친구에게 겨우 부탁해서 바뀐 연락처를 받아내는데 친구가 말해 지금 당장은 연락하셔도 안 볼거예요 재원이한테 조금만 시간을 주세요
May 26, 2025 at 1:05 AM
대충 고개 끄덕이면 친구는 한숨을 길게 쉬고 처음부터 모든 걸 말해주겠지 우울증 때문에 약까지 먹었다는 거 심지어는 자해까지 했고 병원에서 겪은 일로 인해 불면증과 식이장애까지 앓았다는걸... 다 들은 백강혁은 양재원의 이상했던 행동들이 이제야 이해가 되는 거야
May 26, 2025 at 1:03 AM
양재원이 우울증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는데 요즘 심해졌다니 그리고 병원에 있기엔 위험한 상태라니.. 도통 이해 안 되는 내용밖에 없어서 백강혁 어디서부터 물어봐야 되는지 감도 안 잡혀서 당황한 얼굴로 가만히 서 있으면 친구가 같이 당황한 얼굴로 물어봐 혹시 재원이가 말을 안 했나요?
May 26, 2025 at 1:03 AM
- 아 재원이요.. 지금 좀 멀리 갔어요 아시다시피 요즘 재원이 우울증이 너무 심해졌잖아요 병원에 계속 있기엔 여러모로 좀 위험한 상태라 병원 그만두고 멀리 간 상태입니다 어디로 갔는지 지역은 재원이가 말을 안 해줘서 저도 모르는 상황이고요
May 26, 2025 at 1:03 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