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晴潾
52-aeonian.bsky.social
李晴潾
@52-aeonian.bsky.social
우리가 쟁취해낼 해피엔딩에서 𖤓☪︎
청린이가 트리 앞에 서서 트리를 감싸고 있는 모루부터 하나씩 걷어내서 상자에 차곡차곡 담으면, 뒤에서 벽에 붙어있던 리본과 리스 장식을 담은 상자를 들고 있는 황호가 지나가겠지.

"다른 이에게 맡기면 편하지 않나."
"씁. 연말은 원래 크리스마스의 잔해를 치우는 기간이야."
December 28, 2025 at 5:00 AM
사실 직접 치우지 않아도 로봇 도우미가 있어서 괜찮겠지만
직접 치우는 것까지가 크리스마스라고 주장하는 청린이 때문에 매일매일 조금씩 치울 거 같아.
December 28, 2025 at 5:00 AM
청린이가 사고 싶은 물건이 생겨서 알바를 하나 더 늘려서 1년의 존버 끝에 산 물건이 고장나서 시무룩해져있으면 황호가 아무렇지도 않게 사서 선물이랍시고 건네줄 거 같아.

린 : 고마워. 고마운데 왜 이리 재수가 없지?
황 : 하하하!!!
December 25, 2025 at 3:45 PM
질문을 듣고 조금 뜸을 들이던 청린이는 고개를 슬쩍 돌리고 괜히 웅얼거리면서 대답할거야. 황호는 그 대답을 듣곤 만족스럽다는 듯이 웃어버려서 결국 청린이한테 타박 들을 것 같아. 그 타박을 들어도 청린이가 자신에게 의지한다는 점이 좋아서 황호는 계속 싱글싱글 웃고 있어.
December 25, 2025 at 3:44 PM
연습실 정리를 마치고 밖으로 나가면 어느새 뉘엿뉘엿 해가 저물고 있어서 함께 저녁을 먹으러 가. 식당에서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며 잡담을 나누다가 황호가 슬쩍 물어볼거야.

"이청린, 근데 왜 나에게 피아노를 가르칠 생각을 했지?"
"...그냥, 뭐, 내가 바이올린 켤 때 너가 반주해주면 좋겠어서."
December 25, 2025 at 3:44 PM
황호도 대충이나마 악보를 보고 뚱땅뚱땅 칠 수 있는 상태가 되면 연습실 대여시간도 끝나.
December 25, 2025 at 3:44 PM
이런 저런 방법을 다 쓰다가 마지막엔 청린이가 먼저 연주해주면 황호가 그걸 따라서 치는 방식으로 정착해. 대여 시간동안 피아노 의자에 나란히 붙어 앉아서 계속 피아노를 연주해. 곡 하나를 알려주던 청린이는 잠깐 골똘히 생각하다가 이런 표시가 있으면 이런 식으로 치라는 식으로 알려주고
December 25, 2025 at 3:44 PM
"이청린, 여긴 왜 왔지?"
"너한테 피아노 알려주려고."

황호는 여전히 어리둥절한 표정이지만 청린이가 하라는 대로 착실히 따라가. 청린이도 다른 사람에게 가르쳐주는 건 처음이고 타고난 재능 덕분에 남들보다 빠르게 배운 면도 있어서 잔뜩 헤맬 거야.
December 25, 2025 at 3:44 PM
그런 청린이가 어느 날 갑자기 황호에게 피아노를 가르쳐 줄 거 같아. 처음에는 당연히 데이트인줄 알고 따라간 황호가 도착한 곳은, 피아노를 대여할 수 있는 뮤직스튜디오야.
December 25, 2025 at 3:44 PM
여러 삶을 살며 여러 번 죽은 청린이를 말하고 싶었어요. 총 3번의 기회를 얻었고 그 끝에 행복을 얻을 청린이지만, 혹시라도 일이 잘못되어서 황호가 행복해지지 못한다면 청린이는 기꺼이 몇 번이고 다시 시작할테니까요. 그리고 둘의 끝은 행복일거라 지금 캐치프레이즈에 정착했습니다.
December 25, 2025 at 3:43 PM
生到千斷必取幸
우리가 쟁취해낼 해피엔딩에서

캐치프레이즈
'삶이 천 번 끊어져도 반드시 가질 행복(생도천단필취행)'이라는 뜻이에요. 플마고 이전 세계에서 플마고로, 플마고에서 의신이의 세계로, 의신이의 세계에서 다시 급리 세계로. 오롯이 황호에게 행복을 주겠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December 25, 2025 at 3:43 PM
황호청린의 결말은 '행복'이고, 서로를 사랑하게 되는 건 그 행복을 위해 꼭 가야하는 길이라서 이걸 표현하고 싶었어요.
December 25, 2025 at 3:43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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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던트 목걸이는 딱히 보증된 효과를 가진 것도 아닌 민간요법인데, 사람 대상으로는 마법을 잘 안 쓰는 청린이가 지호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서 만들어서 줬을 거 같아. 정성과 간절함이 보여야 자연 속 존재들이 도와줘서 번거로운 과정이 있는데도.
December 25, 2025 at 3:41 PM
- 자, 받아.
- 이게 뭔가?
- 펜던트 목걸이. 웬만하면 빼놓지 마.
- (순순히 목에 걸며) 직접 만들었나? 무슨 효과지?
- 직접 만들었고, 효과는 비밀이야.
- 내 마녀는 손재주도 좋지.
- ⋯너 그거 다시 내놔.
- 이미 소유권 이전 됐다만?
- 아 진짜⋯.
December 25, 2025 at 3:41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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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에게는 각자의 예외가 있고, 이청린의 예외는 황지호였다. 수명을 건드는 마법은 금지였다. 대가가 누군가의 목숨이었기에. 원칙주의자 이청린이라도 황지호와 관련된다면 유혹에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길어지는 삶.
오래 살고 싶다는 욕망은 없지만, 황지호를 혼자 두고 싶지도 않았다.
December 25, 2025 at 3:41 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