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빛, 두 번째 막”…딕펑스, ‘라이트 업’으로 유연한 도약→15년 내공 더하다 #딕펑스 #라이트업 #호기심스튜디오
조밀한 조명이 하나씩 꺼진 연습실, 스피커 너머로 울려 퍼지는 기타와 피아노가 나란히 자리한 순간, 네 명의 표정에 잔잔한 설렘과 긴장 모두가 어렸다. 15년을 버틴 밴드의 내공 속엔 익숙함 대신 새로운 곡의 성분이 또렷하게 번져 있었다. 데뷔의 눈부신 기억부터, 여전히 무대를 가득 채우고픈 욕심까지. 빛은 늘 다시 켜질 수 있다는 희망처럼, 딕펑스의 오늘도 마주한 현실 위에 천천히 물들고 있었다.
딕펑스는 올해 데뷔 15주년이라는 의미 깊은 시기를 맞이했다. 김태현, 김재흥, 김현우, 박가람으로 구성된 이 밴드는 2010년 셀프 타이틀 EP를 통해 정식 데뷔 후, 2012년 엠넷 ‘슈퍼스타K4’ 준우승을 거두며 대중에게 이름을 각인시킨 바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들은 메이저 신의 화려함에도 불구하고 본연의 인디펜던트 정신을 굳게 지켜온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새로운 빛, 두 번째 막”…딕펑스, ‘라이트 업’으로 유연한 도약→15년 내공 더하다
딕펑스는 올해 자신들의 색채에 묵직한 변주를 더했다. 지난해 호기심 스튜디오와의 협업이 시작된 뒤, ‘첫사랑, 이 노래’에서 보여준 새로운 감각은 팀의 변화를 예고했다. 직접 작곡·프로듀싱에 임하며 쌓아 올린 이들의 사운드는 더 유연해졌고, 올해 발표된 EP 시리즈 ‘스펙트라 : 알지비’의 타이틀곡 ‘라이트 업’에서는 피아노 록의 전통 위에 기타가 전면에 배치되는 신선함이 더해졌다.
‘라이트 업’은 밴드에게 있어 익숙한 영역 바깥을 탐색한 곡이었다. 김현우는 “창작의 고통을 다시금 느꼈던 시기”라며, 새로운 시도에 감당해야 할 인내와 공부, 그리고 팀원 각자가 기존 영역을 넘어섰음을 언급했다. 김재흥은 기타의 도입으로 베이스의 본연에 집중할 수 있어 즐거웠다고 말했다. 박가람 역시 “이 곡은 드럼의 디테일까지 고민했다. 대중에게 더 어필하고 싶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음악적 실험의 중심엔 자유로운 도전이 있었다. 호기심 스튜디오 합류 후 멤버들은 디테일과 완성도에 집착했다. 김태현은 “곡을 부를수록 더 어렵다. 예전의 패기와 지금의 예민한 감각이 어우러진다”고 밝혔고, 박가람은 ‘라이트 업’ 믹스 과정에서 드럼의 미세한 뉴앙스에도 집착했다고 털어놨다. 이러한 변화는 향후 발매될 EP 전곡에 다양한 장르의 실험이 이어질 것임을 암시했다.
딕펑스는 꾸준한 창작의 과정과 공연을 통해 밴드로서의 정체성 또한 되짚었다. 오랜 팬들과의 인연, 홍대 클럽에서의 공연, 그리고 ‘슈퍼스타K4’로 인한 대중적 도약 후에도 “자신들만의 음악을 지켜왔다”는 자부심이 곳곳에 묻어났다. 김현우는 “정규 앨범을 준비하기보다, 지금은 신곡을 자주 선보이며 팬과의 소통을 이어가고 싶다”고도 덧붙였다.
밴드라는 의미와 활동 방식에 대한 정의 또한 세월에 따라 넓어지고 있었다. 과거에는 엄격했던 밴드의 조건들이 지금은 좀 더 개방적으로 확장됐다. 딕펑스는 “모두가 밴드를 하는 시대, 그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을 내비쳤으며 멤버 간 관계도 친구, 가족, 동료에서 점차 비즈니스 파트너로 변해갔음을 덤덤히 밝혔다. 하지만 디테일을 함께 채워가며 준비한 이번 앨범을 통해 다시 한 번 초심의 열정을 떠올릴 수 있었고, 호기심 스튜디오와의 만남이 “진짜 두 번째 막”을 열게 했다는 진솔한 고백도 전했다.
지금도 눈앞에 아른거리는 건, 클럽의 미약했던 조명 아래 20, 30여 명의 팬들과 떨리던 공연의 추억, 그리고 밤을 지새우며 악기와 씨름했던 청춘의 흔적들이다. 어느새 15년을 굳건히 지켜온 딕펑스의 음악은 더이상 과거의 은유에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경험과 변화가 만나 새로운 색채를 더했고, 앞으로의 행보에 기대가 모인다. 6월 EP 작업을 마친 뒤 7월부터 전국 투어에 나서는 딕펑스는, 로킹해진 사운드와 재정비된 내면을 무대 위로 비추며 다시 한 번 자신들만의 ‘라이트 업’을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