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의 흐름형 '라쿤 덱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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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의 흐름형 '라쿤 덱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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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쿤 덱스터의 엽편소설(짧은소설, 초단편소설)계정입니다. 가벼운 SF와 판타지 장르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초단편 소설집 <죽음과 세금은 피할 수 없다, 드래곤 역시>, <잼 한 병을 받았습니다>, <러브 앤 티스>를 쓰고, 앤솔러지 <요괴사설>에 참여했습니다. :)
알 수 없는 운명 속에서 한 물고기는 스스로 모든 것을 짖밟는 파도가 되기로 결심했다.
November 7, 2025 at 10:29 AM
물고기는 헤엄쳤다. 감정을 어찌할 수 없어 그저 온 몸을 휘두르며 헤엄쳤다. 수면에 빛을 만들던 커다란 공도, 바다보다 연한 광할한 공간도 이제 그의 머릿속엔 남아있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에는 오직, 오직 살아있는, 달려드는 파도의 이미지만이 날뛸 뿐이었다.

그래서 그도 날뛰었다. 자신이 본 이미지를 남기기 위해. 온몸으로, 대대손손 흐르는 핏속에 남기기 위해. 그는 헤엄치고 또 헤엄쳤다.

그것이 상반신은 말이고 하반신은 물고기인 켈피가 탄생하게 만든 이야기다.
November 7, 2025 at 10:29 AM
파닥! 파닥! 파닥!

어째서 였을까? 어째서 죽음을 기다리던 물고기는 온몸을 흔들며 다시금 바다로 몸을 뛰었을까? 물고기는 알 수 없었다. 그 순간 그의 몸은 그의 것이 아니었다. 운명은 아무도 알지 못하는 것. 그렇다. 그 순간 그의 몸은 운명의 손아귀에 있었다. 운명이 그를 다시 바다로 보냈다.

첨벙!

그의 마지막 몸놀림이 그를 다시금 바다로 돌려보냈다. 아가미에 물이 들어왔고 졸렸던 숨이 풀렸다. 하지만, 심장은 여전히 요동치고 있었다. 아니, 전보다 더 요동쳤다.
November 7, 2025 at 10:29 AM
그것은 살아있는 파도였다.

갈색, 검은색, 흰색, 거대한 기둥같은 네다리, 천지를 요동치는 발걸음, 그 발걸음이 만드는 진동이 그의 비늘을 떨리게 했다.

그는 또 보았다. 그 파도가 반대편에 서있는 존재들을 덮치는 것을. 그물로 자신의 형제들을 잡아올리며 웃던 공포스러운 존재들을 덮치는 것을. 파도가 지나간 자리에는 비명과 핏자국만이 남았다. 그 모습이 멈춰가던 그의 심장을 다시금 요동치게 했다. 심장이 요동치자 그의 몸이 요동쳤다.
November 7, 2025 at 10:29 AM
물고기는 생각했다. 그래, 이런 광경을 보다니, 난 물고시로서 호사를 누린거야. 어떤 물고기가 내가 본걸 보겠어? 그리고 그 생각 끝에 죽음을 기꺼이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렇게 마음을 먹으니 마음이 편해지며 가파르던 숨이 차분해졌다. 그는 영원한 안식이 그를 향해 걸어오길 기다렸다.

그러나 운명은 아무도 알지 못하는 것. 물고기는 자신의 비늘이 미세하게 떨림을 느꼈다. 그리고 이윽고 저 멀리서 자신의 비늘을 떨리게 한 무언가가 몰려오는것을 보았다.
November 7, 2025 at 10:29 AM
Reposted by 의식의 흐름형 '라쿤 덱스터'
“야 그럼 켈피는 왜 상반신이 말이냐”

“어… 하반신이 말이면 아무래도 머리가 지면에 쓸려서?”

“물 속에선 그래도 살만할 거 같잖아. 생각을 좀 넓혀 보라고 장생종씨“

“야 질문에 질문으로 답하는 건 치사하지 않냐 그리고 켈피의 백미는 모래사장에 밀려오는 파도와 함께 쇄도하는 거라고”

“… 그럼 왜 하반신이 물고기지?”

“아오 진짜”
November 7, 2025 at 6:15 AM
*

"..."

"그만 화 풀어."

"..."

"설마, 통로 천장에 충돌해서 바닥에 떨어질 줄 누가 알았나? 아무튼, 네가 함정 위로 떨어져 다 작동시켜준 덕분에 나는 안전하게 걸어왔으니까,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응? 네 말대로 네가 함정을 풀었잖아? 그것도 정말 금방."

"너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해?!"
November 4, 2025 at 3:54 AM
"지금부터 날아갈거니까, 착지나 잘해. 도적이니까 할 수 있지?"

"야야! 잠깐! 잠깐! 스톱! 나 금방 함정 풀 수 있어!"

"그 금방이 언제 될 줄 알고?"

"야! 야! 나 던지면 너는 누가 던지는데?!"

"나? 나야 뭐 점프하면 되는거고. 자, 그럼 준비 됐어?"

"준비는 무슨?!"

"자! 간다!"

"으아아!"

휘이잉!(무언가 날아가는 소리)
철퍼덕!(무언가 충돌하는 소리)

"...흐으읍! 이건 예상 못했는데."
November 4, 2025 at 3:54 AM
"두가지 상관이 있지. 하나는 함정을 밟지 않고 날아가면 해결 될 일이란게 증명되었다는거고, 다른 하나는 쥐가 안전하게 건너편까지 날아간걸 보아 함정 위로 생명체에 해를 끼치는 마력장 같은 것이 없다는 걸 증명했다는거지."

"무슨 소리야? 니가 던진 쥐는 죽었잖아? 처참하게 터져서."

"그거야, 쥐가 작아서 그런거고. 덩치가 큰 종족이라면 괜찮겠지. 160센치미터 정도의... 엘프... 도적이라면?"

"잠깐? 뭐라고? 160센치미터 정도의 엘프 도적? 그거 나잖아?!"

"맞아. 훗챠!"

"야! 잠깐! 뭐하는거야!"
November 4, 2025 at 3:51 AM
#단편소설 한줄판타지

"니네 분기 보고서 보니까 AI 고용유연성 적용 뒤로 고객만족도 개선됐더라?"

"우리 회사? 개선 안됐어."

"뭐? 왜?"

"만족할 고객이 남아있어야 개선이 될 거 아냐?"

"뭐? 그럼 이 보고서는 뭐야?"

"아, 그거 AI할루시. 싸다고 무료버전 쓰니까, 없는 것도 만들더라."
November 3, 2025 at 1:49 AM
#단편소설 한줄판타지

"최근에 회사 인력 상당을 AI로 교체하셨는데요, 그 이후로 서비스 질이 낮아져 고객이탈이 커졌다는 보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서비스 질이 낮아진건 고용유연성이 적기 때문입니다. 규제를 풀어야합니다. AI도 고용유연성이 보장되면 서비스 질은 올라갈겁니다."
November 3, 2025 at 12:05 AM
"네?"

"악마도 기댄다는데?"

"하하! 그거 재미있네요! 역시 인간은 재미있어요!"

"그쵸? 그러면 한잔 짠하고 원샷?"

"그래도 포도주인데."

"하기 싫어요?"

"그럴리가요. 자, 짠!"

"좋아요! 짠!"
October 31, 2025 at 10:51 PM
"왜요? 포도주는 원샷하지 말란 법 있어요?"

"아뇨, 없죠. 그런데 그 다음은요? 신이 우리가 저지른 마법을 눈치챈다면? 우리를 벌할지 모를텐데요?"

"그걸 두려워 했다면 악마랑 계약하고 레스토랑도 안왔죠. 그리고..."

"그리고?"

"신은 자비롭다잖아요? 저도 그 자비에 좀 기대보죠."
October 31, 2025 at 10:51 PM
"뭐, 한두잔은 봐주시겠죠. 신은 자비롭잖아요?"

"악마가 신의 자비에 기댄다고요?"

"그럼 무엇에 기대야 할까요? 잘못은 이미 저질렀고, 돌이킬 수 없는데."

"그건 그렇네요... 뭐, 그럼 우리도 증거인멸이나 하죠. 신처럼."

"어떻게요?"

"짠! 하고 원샷!"

"포도주를요?"
October 31, 2025 at 10:51 PM
"화산을 폭발시켜서 도시를 묻어버렸어요."

"...예?"

"폼페이라고 들어봤어요?"

"...아. 방법 한번 화끈하네요."

"그런거죠. 메시지까지 담아서 보내는 방법이니까요. '신에게 깝치지 마라.'"

"오... 그럼 지금 물로 포도주로 변하게 한건 깝친거 아니에요? 여기도 화산 터지려나?"
October 31, 2025 at 10:51 PM
"어차피 사람은 그거 구분 못하잖아요."

"그건 맞아요. 하지만 그런다고 포도주를 물로 바꾸는 기적을 행하면 그걸 또 악마가 흉내낼테니... 그러면 여러모로 신이 곤란하겠죠."

"내 말이! 그래서, 어떻게 해결했어요? 신이? 난 아직까지 수도꼭지에서 포도주 나온다는 이야기는 못들었거든요?"
October 31, 2025 at 10:51 PM
"저런... 그래서 그 반대는 안한다?"

"그렇죠. 자기 특허권이 침해받은 샘인데."

"그래도 한 도시의 수도꼭지에서 물이 아니라 포도주가 나오면 어쨌든 신이 해결해야하지 않나요? 안그러면 기적을 행한 악마를 사람들이 숭배할텐데요?"

"기적이 아니라 마법이요."
October 31, 2025 at 10:51 PM
"재미있네요. 그런데 의외인데요?"

"뭐가요?"

"물을 포도주로 만드는 기적을 행했다면, 그 반대도 했을법 한데, 왜 안 했을까요?"

"아, 그거 말이죠. 물을 포도주로 만드는 기적을 처음 흉내낸 악마가 너무 기쁜 나머지 한 도시의 수도관에 그 마법을 걸었거든요. 거기서 걸린거죠."
October 31, 2025 at 10:51 PM
"말했잖아요. 신의 기적을 분석해서 흉내낸다고. 그 반대의 마법을 쓰려면 그 반대의 기적이 있어야하는데 흉내를 내던가 말던가 할텐데 그 기적이 없어요."

"그러니까 결과물이 없어서 리버스 엔지니어링이 안된다?"

"그런샘이죠."
October 31, 2025 at 10:51 PM
"같은 포도주지만 신의 기적이 만든건 메이드 인 헤븐이고, 제가 만든건 메이드 인 캘리포니아죠."

"이거 캘리포니아 와인이에요?"

"브루고뉴 산은 너무 비싸서."

"말장난은 정말... 그럼, 궁금한데요. 혹시 이 포도주를 물로 바꿀수도 있어요."

"그건 못해요."

"아니 왜요?"
October 31, 2025 at 10:51 PM